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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한 겨울나기...뒤로 갈수록 강렬해지는 단편집[BOOK]

중앙일보

입력

빵틀

빵틀

빵틀을 찾아서
김도연 지음
문학동네

소설집을 읽는 순서 같은 건 없다. 단편들 묶음이니 내키는 작품부터 읽는 게 독자의 자유이자 권리다. 철칙은 아니지만 습관 같은 건 있다. 맨 앞에 실린 단편이나(가장 자신 있는 작품일 테니) 표제작을 먼저 읽어 보는 것이다(가장 의미 있는 작품일 테니).

 이런 생각을 품은 독자에게라면 작가 김도연은 전략을 잘못 짠 것 같다. 의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맨 앞에 배치한 표제작(가장 자신 있고 의미 있어 하리라고 추정되는)이 심심한 느낌이다. 뒤로 갈수록 몹시 강렬해진다.

 '빵틀을 찾아서'는 제목대로, 지겹게 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 소년이 빵틀을 되찾기 위해 온 동네를 쏘다니는 이야기다. 세 번째로 실린 '탁구장 근처'는 탁구에 중독된 '그'가 끝내 탁구장을 가지 못하고 근처만 맴돌다 끝난다.

 혹시나 싶어 마지막에 실린 '겨울밤'을 읽고서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 빠져들었다. 고색창연한 문학용어를 빌리면 '빈궁(貧窮)문학'이다. 아직도 이러고 사는 사람들이 있나 싶게, 찢어지게 가난한 부부의 혹독한 겨울나기를 그렸다. 작가는 거침이 없다. 똥 싸고 오줌 싸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는다. 동물적인 삶이니 관능도 빠지지 않는데 자연스럽다.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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