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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도 헤맨 '거짓말의 미로'..."이기영 사이코패스 진단 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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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후 유기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이기영(31)에 대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 결과 ‘진단 불가’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넉 달 남짓한 기간에 사람 2명을 살해하고 수천만 원을 편취해 쓴 이기영에 대한 심리적인 분석은 일단 어려워지게 됐다. 사이코패스 진단 여부가 살인죄의 처벌 등에 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평가 자료가 현재로써는 부족해 내린 결론”  

6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이씨에 대해 사이코패스 검사 등을 진행해왔으나, 이날 ‘진단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코패스를 판별하는 여러 항목 중 일부 항목에 대한 평가 자료가 현재로써는 부족하다고 최종 판단했다”며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더는 검사를 진행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와 동겨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지난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택시기사와 동겨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지난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앞서 지난달 30일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 이씨의 동의를 받아 사이코패스 검사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사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씨의 동의를 받아 검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후 사이코패스 검사 내용과 함께 성장 과정에서의 행적 등을 종합해 이렇게 판단했다.

경찰이 사이코패스 검사를 한 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이씨의 엽기적 범죄행각 때문”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택시기사를 살해한 사실이 드러난 후 남녀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했는데, 당시 조사에서는 특별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일반적인 우발 범죄 차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죄 행각이 드러나 다시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이코패스 검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닷새 동안 집에서 시신과 함께 생활하고 여자친구를 집으로 불러들인 점 등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이기영.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이기영.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이수정 교수 “재판 단계서 사이코패스 여부 가려질 전망”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진단 불가라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거짓말을 워낙 많이 해서 자료가 완전히 수거된 것이 아니고, 수사가 아직 안 끝난 상태인 데다 (동거녀) 시신도 찾지 못했고 피해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결론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 앞으로 재판 단계에서 사이코패스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이게 정말 큰 일이다’ 이런 상황 판단이 일반인과 좀 다른 것 같다”며 “적어도 닷새 동안 집에서 시신과 함께 생활하고 여자친구를 집으로 불러들인 것을 보면 희로애락의 감정이 일반인과 다르다. 이런 점에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에서 경찰이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기영은 동거녀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해왔으나 검찰 송치 하루 전인 지난 3일 시신을 공릉천변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에서 경찰이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기영은 동거녀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해왔으나 검찰 송치 하루 전인 지난 3일 시신을 공릉천변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연합뉴스

여성 혈흔은 숨진 동거녀와 동거녀 지인 것 

이기영의 거주지에서 발견된 여성 2명 혈흔의 신원은 살해된 동거녀와 이기영과 싸웠던 동거녀의 지인의 것으로 파악됐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이기영 거주지에서 나온 여성 2명 혈흔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여성 6명의 DNA(유전자) 대조군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한 이런 결과를 6일 받았다고 밝혔다.

동거녀의 지인은 지난해 4월 이 집을 방문했다가 이씨와 몸싸움을 했고, 112에 신고도 됐다. 이때 이기영이 지인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가 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 대조군 여성 6명의 안위가 모두 확인돼 추가 피해자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시신 땅에 묻었다”는 장소서 나흘째 수색

경찰은 이날 이씨가 동거녀의 시신을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지목한 파주시 공릉천변에서 수색 작업을 나흘째 이어갔다. 이씨는 당초 경찰에서 “시신을 차량용 루프백에 담은 채로 공릉천변에 내다 버렸고, 살해 당시 사용한 범행 도구도 함께 버렸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다가 경찰의 수색 개시 일주일만인 지난 3일 “동거녀 시신을 공릉천변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와 관련, 범행일 이후 파주지역에 2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던 점에 비춰볼 때 시신 유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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