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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돌연 '36시간 휴전' 명령…미·독·프는 장갑차 보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1월 7일)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러시아군에 ‘36시간 휴전’을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전쟁에서 일시적으로라도 휴전을 공식 명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의 요청을 받아들여 러시아군에 현지시간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까지 36시간 동안 휴전을 명령했다고 크렘린궁이 5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4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당에서 푸틴 대통령과 키릴 총대주교가 대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의 요청을 받아들여 러시아군에 현지시간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까지 36시간 동안 휴전을 명령했다고 크렘린궁이 5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4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당에서 푸틴 대통령과 키릴 총대주교가 대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까지 36시간 동안 러시아군에 “모든 전선에서 발포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신도들이 예배를 볼 수 있게 휴전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교회는 1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고리력’이 아닌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따르기 때문에 성탄절이 13일 늦다. 러시아의 ‘10월 혁명’도 실제로는 1917년 11월 7일에 일어났지만 율리우스력에 따라 10월 혁명으로 불린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의사를 밝혀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5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휴전을 권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 2020년 6월 14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기념해 건설된 러시아군대성당의 완공 기념 미사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왼쪽) 등 러시아군 수뇌부가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0년 6월 14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기념해 건설된 러시아군대성당의 완공 기념 미사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왼쪽) 등 러시아군 수뇌부가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키릴 총대주교의 호소를 고려해 정해진 기간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이 휴전 체제를 도입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며 “정교회를 믿는 많은 시민이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휴전을 선언한 만큼 그들이 예배에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같은 러시아의 휴전 움직임에 “위선적 행위를 그만두라”며 반발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떠나야만 ‘일시적 휴전’이라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외국의 영토를 공격하거나 민간인을 숨지게 하지 않고 자국 영토 내 점령군 구성원만 공격한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은 독실한 러시아 정교회 신자로 종교를 자신의 통치 기반으로 삼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기념해 러시아군 대성당(2020년 6월 완공)을 건설하고 종군 성직자를 두는 등 군의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도 정교회의 권위를 이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 27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 반도 세바스토플에서 러시아 정교회 수사가 러시아군 예비 병력을 축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27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 반도 세바스토플에서 러시아 정교회 수사가 러시아군 예비 병력을 축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억명 이상의 신도를 이끄는 키릴 총대주교 역시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를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는 데 일조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의 시한부 휴전 카드를 두고 “정전 협상을 대비한 유화적인 제스처”라는 풀이가 나온다. 크렘린궁은 이번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모스크바가 평화 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장갑차 보내는 미ㆍ독ㆍ프

이같은 러시아의 행보와 달리 미국ㆍ독일ㆍ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들은 보병전투차량(IFV) 지원 등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상화력 강화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5일 전화통화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이 각각 M2 브래들리 장갑차(미국)마르더 장갑차(독일)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장갑차 모두 그간 우크라이나 측이 꾸준히 지원을 요청해온 무기들이다.

독일 정부는 5일(현지시간) 마르더 보병전투차량을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1년 9월 28일 독일 하노버에서 독일연방군 병력이 마르더 장갑차와 훈련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독일 정부는 5일(현지시간) 마르더 보병전투차량을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1년 9월 28일 독일 하노버에서 독일연방군 병력이 마르더 장갑차와 훈련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양국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장갑차 훈련은 각자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미ㆍ독 양국이 우크라이나에 몇 대를 보낼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슈피겔은 “독일 정부가 최대 40대의 마르더를 보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전했다.

이에 앞서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에 AMX-10 RC 장갑차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장갑차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은 독일의 장갑차 지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륜형 장갑차(6륜)인 AMX-10 RC는 브래들리(25㎜ 기관포)ㆍ마르더(20㎜ 기관포)와 달리 105㎜ 주포를 갖춰 화력이 뛰어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브래들리와 마르더의 화기는 자위 차원의 교전용 성격이 강한 것에 반해 정찰용으로 쓰이는 AMX-10 RC는 강력한 펀치로 교전도 가능한 장갑차”라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T-72 계열 전차와 대적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차륜형 정찰 장갑차인 AMX-10 RC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프랑스 육군의 AMX-10 RC 장갑차가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프랑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차륜형 정찰 장갑차인 AMX-10 RC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프랑스 육군의 AMX-10 RC 장갑차가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은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는 묵묵부답이다.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무기 제공 수위를 조절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미국외교협회(CFR) 산하 방지행동센터(CPA)는 지난 4일 발간한 ‘2023 방지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 개입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을 미국의 최우선 안보 위협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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