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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기후위기, 온실가스 배출한 만큼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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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윤희 WWFKorea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

홍윤희 WWFKorea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

구글코리아가 발표한 ‘2022년 올해의 검색어’ 1위는 기후변화였다. 2022년 기후변화를 키워드로 검색한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우리 일상에 더 가깝고 깊이 들어와 있다는 방증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변화만큼 국제사회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선 지 30년 만인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지원하는 ‘손실과 피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국제 기후협상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손실과 피해’를 의제로 다루긴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진일보한 결정에도 여전히 국제 사회에 남은 과제가 많다. 기금 조성에는 국제사회가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이 기금을 두고 지원이냐, 보상이냐는 입장 차이를 보인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취약국 등 국가들 사이에 책임론이 여전히 갈등으로 남아 있다.

유엔서 손실·피해기금에 첫 합의
선진국·개도국·취약국 이견 여전
누적배출 18위 한국의 역할 기대

환경오염

환경오염

협소한 지원 대상국의 범위도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국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화석연료 감축 등 완화 분야에서 진전도 부족했다. 적응 분야에서 합의한 전 지구적 적응 목표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도 본격적으로 수립해 나가야 한다.

새롭게 고려해야 할 내용도 있다. 자연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이 주요 내용에 포함되면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함께 고려되기 시작했다. 자연은 지난 10년 동안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4%를 흡수해왔다. 이제라도 기후와 자연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인식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 보전이 기후변화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탄소 배출량 감축 없이 자연에만 기대어 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기업과 금융회사 등 비국가 행위자들의 참여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유엔 산하 비국가 행위자들의 탄소 중립을 위한 전문가 그룹은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단기·중기·장기 과학기반 목표를 설정하도록 COP27에서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올해 COP28에 앞서 기후 행동 정상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COP27에서 부족했던 완화 분야의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차원에서다. 유엔은 회의 참석 조건으로 각 국가가 이때까지 ‘신뢰할 만하고 진지한 새로운 기후 행동 및 자연기반 해법’이 담긴 내용을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한국이 앞으로 1년 동안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한국은 그동안 기후위기 기여도가 큰 나라로 평가를 받아왔다. 탄소 감축을 위한 과학자 단체인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추적한 한국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기준 세계 18위였다. 하위 100개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이다. 자연에 끼친 영향도 만만치 않다. 세계자연기금(WWF)의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자연으로부터 얻는 자원을 면적 대비 8배 이상 사용하고 있다.

즉, 한국은 보유한 자연자원에 비해 소비량이 많다. 높은 소비량을 조달하기 위한 대외무역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전 지구적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지 않으면, 자원 조달 측면에서도 사회적 경제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생산 공급망이 전 세계에 걸쳐 있다 보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를 내뿜고,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한국이 자연보전에 기여할 부분도 많다. 경제 규모 10위권 선진국으로서 기금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생산과 소비의 생태발자국이 높은 만큼 전체 공급망에서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순환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개발도상국과 기후 취약국에 대한 재정·기술·제도적 지원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기후와 환경 관련 국제 이슈에 리더로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윤희 WWF Korea(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