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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교황 마지막길, 5만명이 배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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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사진 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지난해 말일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사진 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지난해 말일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의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전에 교황직을 사임해 가톨릭의 새 역사를 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가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미사는 현직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했다. 가톨릭 2000년 역사상 후임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집전한 것은 1802년 비오 7세 교황(후임)과 비오 6세 교황(전임) 사례 이후 221년 만이다.

미사가 진행되는 광장엔 추기경과 주교 등 성직자 3700명과 신도 등 5만여 명이 운집했다. 한국에선 오현주 신임 주교황청 한국 대사가 우리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염수정·유흥식 추기경,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등도 조문단으로 함께했다.

베네딕토 16세

베네딕토 16세

미사 직전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이 안치된 목관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밖 광장의 야외 제단 앞에 놓였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뜻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베네딕토 16세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업적을 적은 두루마리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간직됐다.

CNN은 “베네딕토 16세는 성직자들이 미성년자, 취약한 이들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단호히 맞서 교회를 끊임없이 개혁했고 정화했다”고 전했다.

미사는 오전 9시30분, 바티칸 시스티나 합창단의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퍼지며 시작됐다. 86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을 통해 마지막 축복을 전했다. 교황은 “베네딕토 16세가 우리에게 준 것과 같은 지혜, 부드러움, 헌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에 성수가 뿌려지고 관 주위로는 향이 피어올랐다. 이후 합창단의 찬송을 끝으로 1시간30분에 걸친 예배가 마무리됐다. 관은 ‘교황의 신사들’로 불리는 교황 수행원 어깨에 실려 광장에서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운구됐다. 베네딕토 16세는 역대 교황 91명과 함께 이곳 지하 묘지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됐다.

이날 미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추기경 125명, 주교 200명 등 성직자 3700명과 가톨릭 신자 5만여 명이 운집했다. [연합뉴스]

이날 미사에는 세계 각국에서 추기경 125명, 주교 200명 등 성직자 3700명과 가톨릭 신자 5만여 명이 운집했다. [연합뉴스]

교황청은 전직 교황 장례 미사이기에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와 그의 모국인 독일 대표단만 공식 초청했다. 하지만 필리프 벨기에 국왕 등 유럽 왕족과 각국 원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12월 31일 95세로 선종했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그는 뮌헨과 본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가톨릭 전통 교리를 지키는 데 앞장서는 보수 이론가로 명성이 높았다. 재임 기간 가톨릭 사제들의 과거 아동 성추행 추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는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소재가 됐다. 교황청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베네딕토는 2011~2012년 사제 400여 명의 성직을 박탈하는 등 불의에 맞서 단호한 조처를 했다.

2005년 제265대 교황에 취임한 베네딕토 16세는 8년 만에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교황의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약 600년 만에 일어난 초유의 사태였다. 이를 토대로 ‘두 교황’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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