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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가짜뉴스 만드는 정치검사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020년 10월 22일 당시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0년 10월 22일 당시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 요즘 드라마에 나옴직한 정치검사가 현실에 등장했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은 5일 명예훼손혐의로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기소했습니다. 신성식은 2020년 7월 KBS기자에게 거짓정보를 제공해 가짜뉴스를 보도하게 만든 혐의입니다. 당시 신성식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장)이었습니다. 그는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2. 신성식이 흘린 거짓정보는 ‘채널A사건’관련입니다.
채널A사건은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을 모함하기위해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부장관)과 채널A 이동재 기자가 공모했다’는 내용의 MBC 보도입니다. 2020년 3월 보도인데 재판결과 가짜뉴스로 드러났습니다.
신성식은 채널A 의혹이 한창 제기되던 2020년 7월 KBS기자에게 ‘한동훈과 이동재가 공모한 녹취록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수사책임자가 ‘채널A사건은 진짜’라는 ‘가짜뉴스’를 만든 겁니다.

3. 신성식은 왜 가짜뉴스를 만들었을까. 정치적 맥락으로 보자면 정말 드라마입니다.
당시는 ‘조국 사태’로 들끓던 정국이었습니다. 진보진영의 공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고, 한동훈은 윤석열의 분신이었습니다. ‘한동훈이 유시민을 모함한다’는 진보진영을 흥분하게 만드는 자극적 스토리입니다. 윤석열을 공격해서 조국을 수호하는 효과를 냅니다.

4. 당시 윤석열을 공격하는 가짜뉴스가 많았습니다.
조국사태 터지고 1달만인 2019년 10월 한겨레21이 단독보도했습니다. ‘윤석열이 (건설업자) 윤중천의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받았는데 검찰이 덮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가짜뉴스입니다. 보도에서 인용한 근거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만든‘윤중천 면담보고서’입니다. 이 가짜정보 제공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치검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이런 가짜뉴스들은 정치적으로 꽤 영향을 미쳤습니다.
채널A사건 직후인 2020년 4월 15일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근소한 표차로 이긴 곳이 많습니다. 가짜뉴스에 흥분한 촛불이 당락을 가른 곳이 적지 않을 겁니다.

6. 그러나 가짜뉴스의 후폭풍도 컸습니다.
총선후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짜뉴스로 공격받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실은 피해자란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동정론을 타고 윤석열은 정치인으로 변신해 단숨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한동훈이 법무장관이 돼 가짜뉴스의 진원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7. 정파적 이해타산을 떠나 정치검사의 가짜뉴스 만들기는 치명적입니다.
검사는 권력에 약하고, 언론은 검찰에 속기 쉬우며, 검찰뉴스의 파장은 큽니다. 사후에라도 대응해야 합니다. 그 최소한은, 가짜뉴스를 만든 정치검사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겁니다. 같은 검사라고 봐주지 말고, 반대파라고 몰아치지 말고.
〈칼럼니스트〉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