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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황희찬' 최유리 "벨 감독님이 한국말로 '고강도 축구' 하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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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해 FIFA 여자월드컵을 앞둔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최유리. 장진영 기자

올해 FIFA 여자월드컵을 앞둔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최유리. 장진영 기자

“월드컵 해가 시작되니 심장이 빨리 뛰고 실감이 나요.”

지난 3일 인천 현대제철 종합운동장에서 만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최유리(29·인천 현대제철)는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다. 올해 7월과 8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을 앞뒀기 때문이다. H조 한국(FIFA랭킹 15위)은 7월25일 콜롬비아(27위), 7월30일 모로코(76위), 8월3일 독일(2위)을 차례로 상대한다. 3경기 모두 호주에서 치른다.

작년 10월 조 추첨을 유튜브 라이브로 지켜 봤다는 최유리는 “피지컬이 크고 워낙 잘하는 독일과 3차전을 치른다. 독일을 만나기 전에 1, 2차전을 승리로 가져가야 한다. 카타르월드컵 4강에 오른 모로코 남자축구처럼 모로코 여자축구도 팀워크가 좋을 것 같다. 우리한테 쉬운 팀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유리는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을 스포츠브랜드 행사에서 수원 삼성의 염기훈 선수, 팬들과 함께 봤다. 한국 남자축구의 카타르월드컵 극적 16강행을 보고, 나도 빨리 월드컵 무대를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축구는 월드컵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났는데, 만약 우리도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F조 1, 2위가 유력한 브라질이나 프랑스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FIFA 여자월드컵을 앞둔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최유리. 장진영 기자

올해 FIFA 여자월드컵을 앞둔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최유리. 장진영 기자

최유리는 2022시즌 여자실업축구 WK리그에서 10골을 몰아쳐 통합 10연패를 이끌었다. 영국 출신 콜린 벨(62) 감독은 2019년 한국팀을 맡자마자 최유리 소속팀 경기를 찾아갔다. 최유리를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와 윙포워드로 중용하고 있다. 최유리는 작년 2월 아시안컵 결승전 중국전부터 9월 자메이카전까지 6경기에서 4골을 몰아쳤다.

한국여자축구대표팀 콜린 벨(왼쪽) 감독과 최유리.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여자축구대표팀 콜린 벨(왼쪽) 감독과 최유리. 사진 대한축구협회

최유리는 “한국어 공부에 진심인 벨 감독님은 한국어로 또박또박 ‘고!강!도! 축구’라고 말씀하신다. 지난 3년간 진짜 90분 내내 강하게 하는 축구를 강조하시는데, 많이 뛰고 스프린트 하려고 하는 제가 적격인가 보다. 받침이 없어 부르기 편한 제 이름을 자주 부르시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유리 집중!’이라고 소리 치신다”며 웃었다.

사복을 입은 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최유리. 최유리 인스타그램

사복을 입은 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최유리. 최유리 인스타그램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최유리는 소셜미디어에 카페 투어를 다니는 예쁜 사진을 올린다. 그라운드에서는 헤딩 경합을 펼치다가 혹이 생길 만큼 적극적이고, 남자축구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처럼 저돌적이다. 최유리는 “‘여자 황희찬’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전 그 만한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상대 수비가 ‘유리가 뒤에서 성큼성큼 달려오면 발소리가 황소 같아 무섭다’고 한다. 팀 동료들은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근육이 남다른 나이지리아 용병 같다’고 한다”며 웃었다. 이어 “황희찬 선수가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터트렸는데, 나도 그 감동을 이어가고 싶다. 벨 감독님은 ‘우리 목표는 파이널(결승)’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선수들도 목표에 동참해야죠”라며 웃었다.

카메라의 다중촬영 기법을 사용해 최유리의 다양한 모습을 한 장에 담았다. 장진영 기자

카메라의 다중촬영 기법을 사용해 최유리의 다양한 모습을 한 장에 담았다. 장진영 기자

한국여자축구는 2015년 여자월드컵 16강에 올랐지만 2019년에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다. 두 대회 모두 나서지 못한 최유리는 이번이 생애 첫 월드컵이다. 2015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건, 2014년 W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군팀 부산 상무 지명을 거부한 여파도 있다.

당시 상무 지명을 받아 부사관 후보생으로 군사 훈련을 받아야 했는데, 최유리는 직업선택 자유의 침해라고 생각해 ‘무적 선수’가 됐다. 선수생명을 걸고 불합리에 맞서 싸운 그녀의 용기 덕분에 상무 강제 입단은 지원으로 바뀌었고, 최유리는 1년 뒤 특별 드래프트로 스포츠토토에 입단했다. 최유리는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배들이 선택해 갈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작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스포츠브랜드 광고에도 출연했던 최유리는 “골키퍼 일대일 상황에 두려울 때가 있지만, 월드컵에서도 멈추지 말고 계속 도전하고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최유리는...
나이: 1994년생 (29세)
체격: 1m67㎝, 52㎏
포지션: 스트라이커 겸 윙어
소속팀: 울산과학대-상무(거부)-세종 스포츠토토-인천 현대제철
A매치: 70경기(12골)
별명: 여자 황희찬, 나이지리아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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