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반대에도 홈즈 죽였다, 코넌 도일이 데려온 악당

  • 카드 발행 일시2023.01.07

악당의 대명사, 모리아티. ‘회상편’의 「마지막 사건」에 갑자기 나타나 홈즈와 함께 라이헨바흐 폭포의 굉굉하는 포말 속으로 사라져갔다. 출연이나 사라짐도 갑작스럽고 왠지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듯하다. 왜 그럴까?

‘범죄세계의 나폴레옹’

모리아티는 거대한 범죄망의 수괴다. 하지만 경찰은 그를 천재 수학자로만 알고 있다.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는 모리아티를 거미줄에 빗대 묘사한다.

악당 중의 악당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 사진 BBC드라마 ‘셜록’ 캡처

악당 중의 악당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 사진 BBC드라마 ‘셜록’ 캡처

그는 수천 가닥으로 뻗은 거대한 거미줄의 한가운데에 있는 거미처럼 가만히 앉아서 줄의 미세한 떨림 하나하나도 알고 있지. 그는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계획만 세운다네. 하지만 그를 따르는 조직원들의 수는 매우 많고 잘 조직되어 있네. 저질러야 할 범죄가 있거나, 훔쳐야 할 서류가 있거나, 제거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교수에게 보고한다네. 그러면 그가 계획을 짜고 명령을 내리지. 조직원이 체포될 수도 있지. 그렇게 되면 모리아티 교수는 그자의 보석금이나 변호사비를 댄다네. 그럼에도 지시하는 중심 세력은 절대로 붙잡히지 않았네. 이들을 드러내고 붕괴시키는 데 전력을 다해왔네.

모리아티 교수가 두려운 게 이런 촘촘한 네트워크 때문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제임스 모리아티는 조직범죄(조폭)의 우두머리다. 2010년 BBC TV에서 제작, 방영한 ‘셜록’에서 그는 자신을 ‘자문 범죄자(consulting criminal)’로 소개한다. ‘범죄자 중의 범죄자’다. 악인 중에서 최고봉이며 다른 범죄자들이 그에게 자문을 구한다. 인도에 파견된 영국군 가운데 최고의 사수 세바스찬 모란 대령을 비롯해 쟁쟁한 심복들을 거느린다. 게다가 조직범죄에서 번 ‘실탄’, 돈도 아주 많다. 경찰은 그를 천재 수학자로만 알고 있다. 홈즈만이 수 년에 걸친 은밀한 수사 끝에 그의 정체를 알고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셜록도 혼자 싸운다면 모리아티가 무척 버거울 게다. 버디 왓슨은 물론이고 정보기관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형 마이크로프트가 있지만 말이다. 종종 정보 수집에 활용하는 부랑아들, 베이커 거리 탐정단이 있다. 억울한 상황에 빠진 용의자를 구해줘 정보원이 된 몇 명도 그를 도운다. 정작 런던 경찰청, 스코틀랜드 야드는 수학 교수의 정체를 몰라 홈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홈즈는 끈질기게 파헤친 덕분에 범죄 조직의 배후와 간교한 네트워크의 정체를 알았다. 런던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강도, 위조 사건, 그리고 많은 미제 사건의 배후 세력을 계속 추적했더니 정점에 그 교수가 있었다. 몇 년 만에 그를 찾아 그와 조직에 정의의 심판을 가하려 했으나 허사였다.

범죄 조직과 대결하기 전에 왕실의 사건 등을 처리해 두둑한 보수를 챙긴 셜록은 조용하게 화학 실험이나 하며 지내려 했다. 그러나 모리아티를 두고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몇 번이나 체포에 실패하고 결국 셜록은 스위스의 라인헨바흐 폭포까지 가게 된다.

「마지막 사건」에서 코넌 도일은 이야기 곳곳에 이번 단편이 마지막 글임을 드러낸다. “모리아티 교수가 사회에서 제거되었다고 확신한다면 홈즈는 기꺼이 탐정 일을 그만두겠다고 거듭 말했다”고 왓슨은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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