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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고용촉진장려금은 실업자에게만”…열악한 고용상태는 고려 대상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사업자에게 지급되는 고용촉진 장려금은 단시간 근로자를 장시간 고용한 경우에는 지급하면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을 처음 고용했을 때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열악한 고용상태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고용촉진 장려금을 지원해도 된다’고 봤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인데 임의로 그 범위를 넓혀선 안된다는 해석이다.

충남에서 한복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5년 1주일에 28시간만 일하는 조건으로 두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한 달 뒤엔 이들과 주당 4시간 근로 조건으로 정규직 고용 계약서를 썼다. 이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고용촉진 지원금을 신청해 세 차례에 걸쳐 1260만원을 받았다.

문제가 된 건 네 번째 지원금을 신청했을 때였다. 대전노동청에선 A씨가 두 명의 직원이 A씨의 업체에서 첫 출근 하루 전날 ‘취업성공패키지 참가신청’을 한 것을 수상쩍게 여겼다. 어차피 고용할 거면서 지원금을 타낼 목적으로 주당 30시간 미만으로 고용했다 다시 30시간 이상으로 정정해 고용했단 의심이다. 대전노동청은 A씨에게 지금까지 받은 지원금의 3배를 토해내라고 했다.

A씨는 이 처분이 억울하다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주당 28시간 근로를 하고 있던 걸 일부러 속인 게 아니다”며 “주당 44시간 계약을 다시 한 건 직원들이 정규직 채용을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1심에서 졌지만, 2심인 대전고법 행정1부(부장 조해현)는 2018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고법은 주당 28시간 근로자를 ‘실업자’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고용보험법의 취지엔 취업촉진뿐 아니라 고용안정도 있으니 “고용상태가 열악한 근로시간 30시간 미만의 취업 취약계층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이 ‘통상 근로자를 채용할 때 단시간 근로자를 우선해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한 점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에 이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고용보험법에 사업주가 ‘실업자’를 고용할 때 지원금을 받도록 돼 있으니 이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문언 자체가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면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2020년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통합된 취업성공패키지는 청·중장년 미취업자 대상 상담·훈련·취업알선 등을 해주는 서비스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이수한 구직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 사업자는 고용촉진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고용촉진지원금은 2016년부터 고용촉진장려금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올해 고용장려금 예산은 5조63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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