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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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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온라인 중고마켓에서 의외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상품이 있다. 잎사귀 한 장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희귀식물들이다. 독특한 색깔과 무늬가 있는 식물종인데, 예를 들어 몬스테라 알보 중 희귀종은 이파리 1장에 100만원, 옐로 몬스테라는 1장에 300만~400만원에 거래된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 또는 학생이 본업이 아닌 ‘식테크(식물+재테크)’로 월 몇백 만원씩 수익을 낸다는 뉴스가 화제다.

‘식테크’의 출발점은 ‘덕테크’다. 어떤 한 분야에 푹 빠진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르는 말 ‘덕후’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취미활동으로 쏠쏠한 수익까지 챙기는 것을 일컫는다. 그저 재밌어서 ‘나도 한 번 해볼까?’ 시작한 웹소설·애니메이션·그림 등의 창작 활동이 구독자와 수익을 창출하고, 희귀식물·아이돌 굿즈처럼 독특한 것들을 모아 되팔면서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파리가 3~4개 달린 화분 가격이 400만~500만원인 희귀식물 몬스테라 알보 보르시지아나 바리에가타. [사진 인터넷 캡처]

이파리가 3~4개 달린 화분 가격이 400만~500만원인 희귀식물 몬스테라 알보 보르시지아나 바리에가타. [사진 인터넷 캡처]

김난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최근 출간한 『트렌드코리아 2023』에서 2022년을 회고하며 내놓은 주제 중 ‘대투자 시대 생존법’ 항목이 있다. “요즘의 MZ세대 소비자는 일의 연장선이었던 기존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재테크 방법을 만들고, 본인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수익 창출 수단을 모색해 대투자 시대를 살아간다”는데 그 형태의 대표 격이 시간을 투자하는 ‘시테크’와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덕테크’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 과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재미와 좋은 경험을 얻는 게 ‘덕테크’의 진짜 가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