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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사설

한국 무역흑자 1위는 베트남…수출 구조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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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12월 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국빈 방문 중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지난해 12월 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국빈 방문 중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베트남 생산 비중 커져

아세안 10개국과 인도 등 수출 다변화 나서야

한국 수출에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낸 나라는 베트남이었다. 금액으로는 34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280억 달러)·인도(100억 달러)·중국(12억 달러) 등을 크게 앞질렀다. 베트남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에 오른 건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30년 만에 처음이다.

베트남의 부상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 내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난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에서 생산 차질을 겪은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애플은 지난해 중국에 있던 아이패드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겼다.

베트남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도 주목할 대목이다. 법인세 감면, 디지털 인프라 확충,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이다. KOTR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 수출액의 70% 이상을 외국인 투자기업이 차지했다.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된 환경과 젊은 세대의 비중이 높은 역동적 분위기도 베트남의 강점이다.

올해 전반적인 수출 환경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부진에 갈수록 견고해지는 무역장벽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로 마이너스 4.5%를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았던 2020년 이후 3년 만의 역성장을 면키 어렵다는 의미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으로선 수출 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은 여전히 중국이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면에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10개국과 인도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젠 통상 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몇몇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세안 10개국과 인도 등을 포함해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자유·평화·번영을 3대 비전으로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화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비해 넓은 범위에서 경제·안보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성과를 냈던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계승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아세안 대표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문화 교류의 기회도 넓혀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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