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에 수의 지어보낸 어머니 마음…목안에서 경련하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독립투사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맡은 배우 나문희는 “역사의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사명감이 있다”고 했다. [사진 CJ ENM]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독립투사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맡은 배우 나문희는 “역사의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사명감이 있다”고 했다. [사진 CJ ENM]

“그 장면 촬영할 때 정말 기가 막혔어요. 얼마나 북받치겠어요. 여기(목)까지만 차가지고 그 안에서 경련을 했죠.”

배우 나문희(82)는 하얼빈 거사 후 투옥된 아들 안중근에게 수의를 만들어 보낸 조마리아 여사의 마음을 이렇게 돌이켰다. 처음 도전한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에서 조마리아를 연기한 그를 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에서 조마리아 여사는 일본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아들에게 “뒤돌아보지 말고 네 뜻을 이루라”는 편지를 보낸다. 그가 아들의 배내옷을 어루만지며 뮤지컬 넘버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대목은 관객을 울게 하는 ‘눈물 버튼’으로 꼽힌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웅’은 14일간 180만 관객을 동원했다.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독립투사 안중근(맨오른쪽)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맡은 배우 나문희는 “역사의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사명감이 있다”고 했다. [사진 CJ ENM]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독립투사 안중근(맨오른쪽)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맡은 배우 나문희는 “역사의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사명감이 있다”고 했다. [사진 CJ ENM]

그는 “자식을 희생시키려면 엄마한테 ‘힘’이 얼마나 필요하겠나. 조마리아 여사의 그 힘에 내가 누를 끼칠까 봐,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다”고 했다.

여자 교도소 합창단을 그린 영화 ‘하모니’(2020) 제작자로 만난 윤제균 감독을 믿고 마음을 돌렸다. 1969년 드라마 ‘이상한 아이’(MBC)로 연기에 입문하기 전 MBC 성우로 활동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60여년 목소리 내공을 발휘했다. “역사적 인물을 연기할 땐 아무래도 사명감이 대단하다”는 그는 3년여 전 촬영 당시 기억을 생생히 돌이켰다.

노래 연습은 어떻게 했나.
“피아노 치는 큰딸에게 레슨을 받았다. 걔가 날더러 ‘호흡’은 좋다더라.(웃음) 예전에 악극할 땐 연습을 별로 안 했는데 ‘영웅’이나 지난해 ‘뜨거운 싱어즈’(배우들의 합창단 도전을 그린 JTBC 예능) 때는 부지런히 했다.”
노래 장면은 만족스럽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는 라이브 끝나고 윤 감독이 자꾸 더하라 그러더니 결국 맨 처음 걸 쓰더라. 처음에 나오는 감정보다 좋은 게 없다. 관객들이 많이 울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아직 그런 힘이 있나.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
안중근 역 정성화와 모자 호흡은 어땠나.
“그냥 아들처럼 처음부터 다가왔다. 나더러 뮤지컬도 뛰라는데 힘들어서 그건 못 할 것 같고.”(웃음)
영화 ‘영웅’에서 모자 지간을 연기한 배우 정성화(왼쪽)와 나문희.

영화 ‘영웅’에서 모자 지간을 연기한 배우 정성화(왼쪽)와 나문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을 맡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와 ‘영웅’ 등 실화 소재 영화에서 비극적 캐릭터가 많았던 그는 “다른 작품은 조금 가벼운 게 좋다”며 “호박 고구마”란 유행어 대사를 낳은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을 들었다. “젊은 애들은 나를 ‘호박 고구마’로 안다. 호박 고구마 다음 유행어? 또 나오면 너무 좋겠다”면서다.

여전히 원톱 주연 배우인데 더 욕심나는 부분은 없나.
“내가 일찌감치 엄마, 할머니 등 작은 역을 많이 했다. 주인공보다 조그만 역으로 똑 따먹는 거 하고 싶다.”(웃음)
연기에 대한 갈망은.
“잘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TV에서 영화를 찾아본다. 후배 배우 중엔 김혜수, 김희애, 예수정도 아주 잘하더라. 어디서 그렇게 훈련이 됐는지 잘하는 후배, 좋은 극이 많아졌다. 나도 욕심 내지 말고 내 것을 잘 찾아서 하자는 편이다.”
건강관리 비결은.
“집에서 20분씩 타는 자전거. 스트레칭 하고 불경 외는 걸 쭉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동네 목욕탕에 간다.”
대중탕은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간다. 목욕탕 직원들에게 음료수도 하나씩 사드리고, 목욕탕도 계속 잘 다니고 싶다.”(웃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