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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손석구의 ‘카지노’…디즈니플러스 체면 살릴 구원투수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가진 것 없이 태어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카지노의 제왕이 됐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벼랑 끝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가진 것 없이 태어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카지노의 제왕이 됐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벼랑 끝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민식·손석구의 의기투합은 아직 한 번도 홈런을 치지 못한 디즈니+(디즈니플러스)를 살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지난달 21일 첫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배우 최민식이 25년 만에 찍은 드라마 복귀작이자, 지난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영화 ‘범죄도시2’로 연타석 흥행을 날린 배우 손석구의 차기작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SLL 산하 레이블 BA엔터테인먼트 등이 제작했다.

‘범죄도시’(2017)의 강윤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16부작 드라마는 가진 것 하나 없이 태어난 남자가 카지노의 제왕이 됐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이야기다.

2021년 1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시작으로 ‘그리드’ ‘키스 식스센스’ ‘형사록’를 비롯해 지난해에만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8편을 공개했지만, 이렇다 할 흥행작을 배출하지는 못했다. 일본 스릴러 영화의 거장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정해인·고경표와 뭉친 ‘커넥트’마저 뚜렷한 호성적은 거두지 못한 가운데, ‘카지노’가 디즈니+의 체면을 살릴 작품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일단 초반 기세는 좋다. 지난달 21일 1~3회 공개 이후 매주 수요일 한 회씩 공개 중이라 전체 서사의 발단 정도만 드러났지만, 글로벌 콘텐트 리뷰 사이트 IMDB에서 평점 10점 만점에 8.4점(4일 기준)을 기록하는 등 호평이 주를 이룬다.

'카지노'는 최민식이 25년 만에 출연하는 장편 드라마로, 디에이징(de-ageing) 기술을 활용해 주인공의 30대 시절도 60대 최민식이 연기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는 최민식이 25년 만에 출연하는 장편 드라마로, 디에이징(de-ageing) 기술을 활용해 주인공의 30대 시절도 60대 최민식이 연기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야기는 2015년 필리핀 어느 도시에서 총기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는 건 주인공 차무식(최민식)이다. 기자회견장에 끌려가 질문 세례를 받으며 분노와 체념, 불안감이 뒤섞여 일그러지는 무식의 얼굴은 그동안 그에게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뒤이어 1972년 경남 양산,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 탓에 탁아소에서 배를 주리는 어린 무식의 모습부터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촘촘히 펼쳐진다. 교도소를 밥 먹듯 드나드는 깡패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무식은 10살이 넘어서도 한글을 깨치지 못할 정도로 불우했다.

하지만 집에서 도박판을 벌여 돈을 벌 정도로 배포 하나는 두둑한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였을까. 어린 무식도 신문팔이를 하며 남들은 10부도 못 파는 동안 100부를 팔아내는 등 남다른 붙임성과 수완을 보인다. 이후로도 드라마는 교도소, 북파공작부대, 영어학원장 등 무식의 인생 굴곡을 쫓아가며 그가 어떻게 필리핀에서 카지노 거물로 떠오를 수 있었는지 설득력을 부여한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일어나 마침내 지하 세계를 장악한 거물. 어찌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차무식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건 단연 차무식을 연기한 최민식이다.
MBC ‘사랑과 이별’(1997) 이후 25년 만에 시리즈물에 출격한 최민식은 우악스럽고 기세등등하지만, 때론 어수룩하며 비굴해지기도 하는 차무식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며 ‘진짜 있을법한’ 인물로 그려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오랜만에 장편 드라마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여유 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긴 호흡의 시리즈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카지노'는 필리핀 현지에서 3개월 간의 촬영으로 극 중 배경을 리얼하게 구현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는 필리핀 현지에서 3개월 간의 촬영으로 극 중 배경을 리얼하게 구현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동휘·허성태·조한철·진선규 등 차무식 주변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도 극을 단단히 받쳐준다. 이중에서도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가 차남을 연기한 조한철, 지난해 ‘몸값’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활약한 진선규 등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들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배역으로도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이 밖에도 무식의 친구 종현 역의 이문식, 청년 무식을 연기한 이규형, 4회 막판에 등장한 고 회장 역의 이혜영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리얼리티를 가장 중시하며 작업했다”는 강 감독의 말대로 현실에 가깝게 구현된 공간적 배경도 몰입감을 높인다.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3개월 간의 필리핀 현지 촬영을 고집한 덕분에, 여러 호화 호텔에서 벌어지는 도박판의 비주얼이 한층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강 감독은 실제로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이들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본을 썼을 정도로 현실감에 공을 들였고, 디즈니+는 2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대작을 지원했다.

손석구가 연기하는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 형사 오승훈은 5회부터 본격 등장해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손석구가 연기하는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 형사 오승훈은 5회부터 본격 등장해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다만 살인 사건에 휘말리기 이전까지 무식의 삶을 4회에 걸쳐 꼼꼼하게 되짚는 구성은 초반 흡입력을 떨어뜨리는 아쉬운 선택으로 꼽힌다. 미국 리뷰 전문 매체 디사이더는 “‘카지노’가 인상적인 점은 이야기를 빠르면서도 느슨하게 전개하고 때로 약간 느끼하지만, 그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식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카지노 제국을 세우는 지가 이 시리즈의 초점이기 때문”이라며 칭찬과 지적이 섞인 평을 남겼다.

5회부터는 무식을 쫓는 필리핀 최초의 코리안 데스크(해외 한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 부서) 소속 오승훈(손석구)이 처음 등장해 본격적으로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펼쳐질 전망이다. 4일 5회가 공개된 ‘카지노’는 이달 25일까지 시즌1을, 3주 뒤인 내달 15일부터 시즌2(8부작)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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