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투자 심리 위축” 상장 연기하는 컬리…커머스 경쟁에 영향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벽배송 시대를 연 ‘커머스 유니콘’ 컬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연기했다. 기업 공개(IPO) 시장 침체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새벽배송시장 선두인 컬리의 상장 연기가 커머스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무슨 일이야  

컬리는 4일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다.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게 왜 중요해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의 마켓컬리 물류센터. [연합뉴스]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의 마켓컬리 물류센터. [연합뉴스]

① 얼어붙은 IPO 시장 :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 시장 상황 악화로 CJ올리브영 등이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컬리와 함께 ‘자이언트 베이비’로 꼽힌 토스는 IPO 계획을 2~3년 뒤로 연기한 상황. 컬리는 2021년 12월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때 4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25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글로벌 불경기와 고금리로 자본시장과 커머스업계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현재로선 상장을 해도 당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② 전국구 새벽배송, 투자와 수익 사이: 컬리가 1위를 지키고 있는 새벽배송은 비용이 많이 드는 콜드체인 설비투자가 필요한 업종. 신선유통 체인과 야간 근로 등 물류·노동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컬리는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컬리가 2021년 2000억원, 프리IPO로 2022년 2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현금이 충분해도 올해 적자 폭은 줄이는 것이 숙제다.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내실 다지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컬리 김슬아 대표는 지난해 4월 중앙일보 팩플과의 인터뷰에서 “흑자 시점은 당기느냐 늦추느냐 하는 ‘결정’의 문제”라고 했지만, 그사이 시장은 냉혹해졌다. 특히, 경쟁사들이 흑자 속에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컬리엔 부담스러운 환경이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했고, 이마트도 물류 센터 효율화 중이다. 컬리도 새벽배송을 전국권으로 확대하기 위해 창원·평택 물류센터를 연내 완공할 계획이다. 전국 단위로 쿠팡·이마트와 새벽배송 경쟁에 나서기 위한 투자인 셈. 컬리가 이같은 대규모 투자 이후 수익성과 매출을 다 챙기고 흑자 시점도 결정할 수 있을지, 시장이 지켜보는 중.

마켓컬리 실적 추이.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마켓컬리 실적 추이.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컬리 상황은 어때 

컬리는 지난해 11월 화장품 특화 서비스 ‘뷰티컬리’를 선보이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식품 카테고리를 확대해왔다. 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컬리가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다.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상장을 재추진하는 시점이 오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추진 시점을 연내로 특정하기 어렵다. 금리와 실물경제, 공모시장 등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컬리 제공]

[컬리 제공]

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2년 연속 약 50% 성장률을 보였다. IPO는 연기됐지만, 지난해 4조원 가치를 인정받을 당시 투자받은 2500억원 현금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경기가 어려워지고 새벽배송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지만, 주력 사업 성장세를 계속되고 있어 시장 분위기가 좋아질 때를 기다릴 여유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컬리가 상장 연기 결정을 하면서 새해 ‘이커머스 1호 상장’은 오아시스가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12월 30일 코스닥 시장 상장 예비 승인을 받았다. 오아시스는 2018년 새벽배송을 시작한 뒤 줄곧 흑자를 내고 있지만, 올해 출시할 퀵커머스 ‘브이마트’ 사업을 위해 IPO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을 포기한 뒤 올해 재도전하는 쓱닷컴, 케이뱅크 등도 컬리의 상장 연기 결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