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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 수십년간 추진한 미래보병, 우크라는 열달 만에 달성"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수십년간 추진해 온 '미래보병체계' 사업의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를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이 보여주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대·병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정보 우위를 추구한다는 '네트워크 중심전'(NCW·Network-centric Warfare)을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우크라이나 병사가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외곽에서 드론을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우크라이나 병사가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외곽에서 드론을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WSJ은 지난해 2월 개전 초기 객관적인 전력에서 러시아군에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기동력과 정보우위를 앞세워 상대를 기습하거나 국지적으로 포위·격멸하는 전술로 맞섰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위성 통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개전 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단말기 수천 개를 제공했는데, 우크라이나군은 부대별로 최소 한 대의 단말기를 보급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델타'로 불리는 전장정보 지원 체계를 개발해 무인기의 정찰 결과와 주민 제보 등을 일선 지휘관이 실시간으로 받아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기술개발 담당자인 로만 페리모우는 "이것이 이른바 '연결된 전쟁'(connected war)이고, 실전 경험이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비교적 평범한 군사 작전에도 약 500대의 드론을 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더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었다. 반면 경직된 지휘체계를 지닌 러시아군은 병력과 화력에서 앞서면서도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수세에 몰렸다.

여기엔 민간 전문가들의 기여가 커다란 역할을 했다. WSJ은 "최신 기술에 능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게릴라전 기술을 업데이트했다"면서 "과거의 저항 수단은 죽창이나 화염병이었지만, 우크라이나에선 모바일 앱과 3D 프린터, 상용 드론이 무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자원봉사자들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일반 상용 드론에 수류탄 등 폭발물을 장착해 원하는 곳에 떨어뜨릴 수 있는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 부품의 생산단가는 10∼15달러(1만2200∼1만9000원)에 불과하다. 또한 기업 재무관리 프로그램을 개조해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한 외국인 병사의 급여와 일선 부대의 군수물자 관리를 자동화했다.

검게 그을린 러시아군 탱크. AFP=연합뉴스

검게 그을린 러시아군 탱크. AFP=연합뉴스

지난주 미하일로 페로도우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 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 "우리는 10개월 만에 기술적 도약을 이뤄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군의 성공을 두고 서방 전문가 사이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WSJ는 보도했다. 특수부대 출신 기술자로 미군의 기술훈련을 맡아 온 브래드 헐시는 "우리는 계약서조차 충분히 빨리 작성하지 못한다"면서 미 국방성은 조달 절차에만 1년이 넘게 걸린다고 꼬집었다.

2014년부터 미군과 협력해 우크라이나군의 개혁을 도와 온 영국군 퇴역 장성 그렌 그랜트도 관료화된 서방 군대는 신기술을 신속히 적용하기에 "너무 느리고 무겁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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