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범죄에 엄격하고, 민주당은 포용적이다. 처벌보다 교화가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게 공권력에 대한 반감과 뒤섞여 때론 이상과 동떨어진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2020년 6월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대선 유세장에서 말했다.
미국은 길거리에 더 많은 경찰을 둬야 안전해진다고 착각해 왔다. 이젠 바꿔야 할 때다.
경찰 예산을 깎아 커뮤니티 지원 사업으로 돌리겠다는 공약이다. BLM 시위대의 구호였던 ‘경찰 예산을 삭감하라(defund the police)’에 호응한 것이다. 무장한 경찰이야말로 사회 안전을 해치는 존재라는 게 BLM 운동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흑인이 백인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무자비한 공권력에 희생돼 왔다고도 한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그 연장선이다. 선거에 나선 정치인으로선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경찰관이나 경찰노조보다 훨씬 많은 흑인 표가 눈에 먼저 들어왔을 법하다.
민주당은 원래 큰 정부를 선호한다. 그런데 부통령 후보가 유독 경찰에 대해선 반대의 주장을 폈다. 선거가 급해서인지, 정책 노선의 일관성에 대한 내부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정부가 막대한 예산의 ‘큰 국방부’를 유지하는 것과 비슷한 모순이다. 방향만 다를 뿐이다.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에선 실제로 경찰 예산을 깎거나, 조직을 축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집권한 50개 대도시 가운데 절반이 2020년 경찰 예산을 삭감했다. 그해 삭감한 액수가 전국적으로 8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미니애폴리스, 시애틀, 볼티모어, 포틀랜드 등에서 두드러졌다. LA의 경우 코리아타운을 관장하는 올림픽 경찰서가 폐지될 뻔했다. 치안 악화를 걱정한 한인 정치인, 단체장 그리고 언론이 한목소리로 막은 끝에 겨우 살렸다.
그러는 동안 전국적으로 범죄가 들끓었다. 시위에 대응하느라 순찰이 소홀해진 데다 경찰력까지 줄이자 흉악범들이 날뛰었다. ‘범죄 스파이크(crime spike)’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나왔다. 경찰과 흑인 시위대가 충돌한 지역 이름을 딴 ‘퍼거슨 효과’와 ‘미니애폴리스 효과’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퍼거슨 효과’는 경찰이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것을 말한다. 또 ‘미니애폴리스 효과’는 경찰 활동의 위축이 높은 범죄율로 이어진다는 범죄학자들의 가설이다.

2020년 이후 폭증한 살인 사건.
통계를 보면 미국의 치안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알 수 있다. 2019년 전국 1만6669건이던 살인 사건이 2020년 2만2000건, 2021년엔 2만2900건으로 급증했다. 매일 약 63명이 살해된다는 계산이다. BLM 시위와 경찰 축소 운동이 최고조이던 2020년의 경우 전년 대비 증가율이 32%에 달했다. 1960년 FBI가 범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였다. 이를 토대로 유타대 연구팀은 2020년 6~7월 두 달에만 미 전역에서 710명이 추가로 살해됐다고 분석했다. 또 정상적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총격 사건 탓에 2800명이 총에 맞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