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마스크 쓰겠다 고집…가족이 범행 알게되는 것 꺼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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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실물 얼굴이 사건 송치 과정에서도 끝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4일 오전 9시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현관 밖으로 나와 취재진 포토라인 앞에 선 이씨는 패딩 점퍼 후드를 눌러쓴 채 고개를 숙이고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씨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무엇이 죄송하냐”는 추가 질문에 “살인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반응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달 29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고 이씨의 나이와 얼굴 사진을 공개했으나, 지난해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에서 가져온 사진이 실물과 다르다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신상공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검찰로 이송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서 자연스럽게 얼굴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마스크를 벗도록 강제할 수 없었다”며 “이씨에게 마스크 미착용을 얘기해봤지만, 이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자신의 범행을 가족이 알게 되는 것을 꺼린 탓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머그샷’ 공개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법무부는 지난 2019년 ‘현행법상 강력범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난 2020년 행정안전부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사진 공개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답변해 지금 같은 방식이 자리 잡았다. 머그샷(Mug Shot)이란 경찰이 범인 식별을 위해 촬영한 얼굴 사진이다. 체포된 범죄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촬영한다. 머그샷은 일종의 속어로, 공식적으로는 ‘경찰 사진(Police Photograph)’이라 한다.

경찰은 이날 이씨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기존에는 동거녀와 택시기사에 대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었으나, 택시기사를 살해할 당시 이씨의 재정 문제 등 전반적인 정황과 증거를 토대로 ‘강도살인’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살해범 이기영을 조사 중인 경찰이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동거녀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해왔으나 검찰 송치 하루 전인 이날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연합뉴스

살해범 이기영을 조사 중인 경찰이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동거녀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해왔으나 검찰 송치 하루 전인 이날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연합뉴스

이씨 “동거녀 시신 땅에 묻었다” 진술 바꿔…경찰, 이틀째 시신 수색    

 경찰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이씨의 동거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 등 수사는 계속한다. 당초 동거녀 시신을 공릉천변에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했던 이씨는 경찰의 수색 개시 일주일만인 전날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갑자기 바꿨다. 이에 경찰이 포크레인 등 중장비와 수색견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했지만, 이틀째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전날 이씨의 파주시 집 등에서 확보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남성 1명, 여성 3명의 유전자(DNA)가 나왔다는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회신받고, 신원확인 작업 중이다. 특히 혈흔에서 여성 2명의 DNA가 검출돼, 경찰은 이를 토대로 DNA의 신원 대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집을 방문한 여성들은 현재 여자친구, 잠깐 교제했던 여성, 청소 도우미, 이씨의 어머니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안위 등 여러 정황과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범죄 피해자가 추가로 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 일대에서 지난 8월 초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돼 유기된 50대 여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 중이다. 손성배 기자

경찰이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 일대에서 지난 8월 초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돼 유기된 50대 여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 중이다. 손성배 기자

이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10시 20분쯤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기사인 60대 남성 A씨에게 합의금을 주겠다며 파주시 집으로 데려온 뒤 둔기를 수차례 휘둘러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25일 체포됐다. 지난달 27일엔 경찰이 이씨의 차 뒷자리에서 혈흔을 발견해 추궁하자 지난해 8월 7∼8일 사이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집의 명의자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사실도 털어놨다.

검찰, 사건 송치받아 전담수사팀 구성

이날 오전 이기영 사건을 송치받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정보영 형사2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전담수사팀은 팀장을 포함한 형사2부 검사 6명 전원으로 구성됐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면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추가 범죄 유무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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