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밤 8시 반까지 영업해라" 경제난 파키스탄, 가로등도 절반 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제난에 봉착한 세계 5위 인구 대국(2억3500만명) 파키스탄이 모든 상점의 영업을 밤 8시 반까지만 허용하고 정부 내 전기 사용을 30% 줄이는 내용의 초강수 에너지 절약 안을 발표했다.

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와자 모하마드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3일 시장·음식점·쇼핑몰 등 모든 상점에 밤 8시30분까지는 영업을 끝내라고 했다.

아시프 장관은 또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모든 정부 부처의 전력 소비를 30% 감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 전역에 설치된 가로등의 절반은 상징적인 의미로 계속 꺼진 상태로 두게 된다"고 보도했다.

경제난에 봉착한 파키스탄에서 3일(현지시간) 모든 상점이 밤8시30분까지만 운영하는 전기절약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1월 3일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의 모습. AFP=연합뉴스

경제난에 봉착한 파키스탄에서 3일(현지시간) 모든 상점이 밤8시30분까지만 운영하는 전기절약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1월 3일 파키스탄 라호르 지역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밖에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전구와 선풍기 생산은 각각 오는 2월과 7월부터 금지된다. 여름 더위가 극심한 파키스탄의 최대 전력사용량은 여름 2만9000MW, 겨울 1만2000MW로 하계 전기 소비가 동계보다 많다. 이번 전기 절약 방안을 통해 파키스탄 정부는 2억7300만 달러(약 3483억원)를 절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유가 보조금을 없애고 유류세를 신설하는 등 긴축에 나서고 있다. 코트라 카라치 무역관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지난해 5월 말부터 유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없앴고 7월부터는 그간 부과하지 않던 유류세를 리터당 50루피(약 770원)까지 도입했다.

이렇게 파키스탄이 에너지 절약에 나서는 이유는 외환 곳간이 비어가고 있어서다. 파키스탄의 전기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입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된다. 문제는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석유·천연가스 수입액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탓에 파키스탄의 외환 보유고는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파키스탄 카라치의 전자제품 상가에서 정부의 발표를 TV를 통해 보고 있는 사람들. 당시 총리였던 임란 칸은 정부가 줬던 유가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사진은 지난해 2월 파키스탄 카라치의 전자제품 상가에서 정부의 발표를 TV를 통해 보고 있는 사람들. 당시 총리였던 임란 칸은 정부가 줬던 유가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여기에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받기로 한 구제금융 11억7000만 달러(약 1조4900억원) 지급이 늦어지면서 외화 보유액은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에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파키스탄의 총 유동성 외화 보유액은 지난해 기준 117억 달러(약 14조9200억원)다. 이는 2021년 대비 50%가량 줄어든 수치다.

앞서 지난해 7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53개 신흥국을 경제 취약국으로 분류하면서 파키스탄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중국이 주도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국가 채무가 불어난 데다 코로나19, 물가 급등, 달러 강세 등이 겹쳐 경제난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