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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1위' 수학 천재소녀의 잘못된 연애…'40조 사기' 공범된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FTX의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표였던 캐롤라인 엘리슨(28)을 조명한 포브스 기사. 사진 포브스 캡쳐

FTX의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표였던 캐롤라인 엘리슨(28)을 조명한 포브스 기사. 사진 포브스 캡쳐

지난해 미국 암호 화폐 업계를 붕괴시킨 이른바 ‘FTX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사기 사건의 진원지로 지목된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표 캐롤라인 엘리슨(28)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서다. 한때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30)의 연인이기도 했던 그가 마음을 돌리면서 사기 사건의 전말을 밝힐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엘리슨이 변했다”며 최근 바뀐 입장에 주목했다. WP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19일 법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돈을 빼돌려 알라메다 리서치를 위해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를 자백했다. 엘리슨은 “담보나 이자 없이 FTX로부터 사실상 무제한 대출을 받았다”며 “대부분 FTX 고객들이 암호 화폐 파생상품에 투자한 돈이었다”고 진술했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이 돈으로 고위험 투자를 하고 정치인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두 회사는 결국 파산을 신청했고, FTX와 계열사의 부채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약 12조 7500억 원)로 추정된다.

FTX 설립자 샘 뱅크먼 프리드가 지난달 22일 보석금 2억5000만 달러(약 3184억 원)을 내고 풀려나는 모습. AFP=연합뉴스

FTX 설립자 샘 뱅크먼 프리드가 지난달 22일 보석금 2억5000만 달러(약 3184억 원)을 내고 풀려나는 모습. AFP=연합뉴스

엘리슨의 진술로 프리드의 입지는 좁아졌다. “경영상의 실수였을 뿐 사기는 아니”라던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지난달 21일 미국으로 송환된 프리드는 보석금 2억5000만 달러(약 3184억 원)를 내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부모 집에 가택 연금된 상태다. 타임지에 따르면,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그는 최대 징역 115년 형에 처할 수 있다.

명문대 교수 아래서 자란 수학 천재 소녀

MIT 경제학 교수 부모 아래서 자란 캐롤라인 엘리슨은 어릴적부터 수학에 재능을 보였다. 사진 캐롤라인 엘리슨 트위터

MIT 경제학 교수 부모 아래서 자란 캐롤라인 엘리슨은 어릴적부터 수학에 재능을 보였다. 사진 캐롤라인 엘리슨 트위터

24세의 비교적 적은 나이로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표가 된 엘리슨은 그 비결 중 하나로 어릴 적 받은 교육을 꼽았다. 일찍 수학과 경제학에 눈을 뜬 덕에 암호 화폐와 투자 업계의 생리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단 취지다. 포브스에 따르면, 엘리슨은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제학 교수 부모 아래서 자랐다. 수학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던 아버지는 엘리슨에게 직접 수학을 가르쳤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나 통계 방법론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수학에 재능을 보였던 엘리슨은 2008년 미국수학대회(AMC) 1등상, 2011년 국제언어학올림피아드(IOL) ‘베스트 솔루션상’ 등을 거머쥐었다. 학창시절 엘리슨이 아버지 생일에 토이저러스(장난감 업체)의 동물 장난감 가격을 분석한 결과를 축하 카드 대신 준 일화는 유명하다. 수학 천재 소녀는 미 스탠포드대 수학과에 진학했다.

영 앤 리치(Young and Rich) 커플 에서 최악의 인연으로

 캐롤라이나 엘리슨과 샘 뱅크먼 프리드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롤라이나 엘리슨과 샘 뱅크먼 프리드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리드와 만난 건 2016년 자기 자본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에서였다. WP는 두 사람이 공통점이 많아 쉽게 친해졌다고 분석했다. 프리드는 스탠퍼드대 법학과 교수 부모 아래서 자랐고, 수학을 좋아했다. 특히 두 사람은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에 관심이 많았는데, 데이터 등 실질적 증거를 바탕으로 사회를 이롭게 하는 방법을 찾자는 일종의 사회적 움직임이었다.

프리드는 2018년 FTX를 설립했고, 엘리슨은 몇 달 뒤 알라메다 리서치에 합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함께 일하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FTX는 한때 320억 달러(약 40조 84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보유했고, 프리드는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부자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언론이 FTX의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고객들이 연이어 자금 인출을 요구했고, FTX는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외신들은 위기에 봉착한 엘리슨이 검찰에 도움을 주고 자신의 형량을 낮추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일종의 플리바게닝을 통해 FTX를 총괄한 프리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WP는 “수사에 협조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형량을 징역 5년 정도로 낮추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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