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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매제한 10년→3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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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규제지역·중도금대출·분양가상한제·전매제한 등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한 부동산 규제가 대거 풀린다. 지방의 100만㎡ 미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고, 국가전략사업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해제 총량에서 제외한다. 부동산 시장발 경기 침체 우려가 매우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조짐에 대비해 “수요 측 규제를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등의 규제지역을 강남3구와 용산구만 제외하고는 모두 해제한다. 규제지역은 2017년 8·2대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규제 해제는 관보 게재가 완료되는 5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또 분양가에 상관없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기업이 보증하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전에는 12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했다. 1인당 5억원으로 제한한 인당 중도금 대출한도도 폐지하고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기존주택 처분 의무(수도권과 광역시 2년 이내) 역시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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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도 축소했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서울 18개구 309개 동과 과천·하남·광명시의 13개 동이지만 강남3구와 용산구만 대상이 된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주택에 적용되는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줄였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와 시세 등에 따라 최대 10년의 전매 제한이 걸려 있다. 이를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6개월~1년으로 줄어든다.

서울 강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의 경우 기존대로라면 8년(투기과열지구)간 전매가 불가능하지만, 개정안 적용 후 1년(과밀억제권역)으로 줄어든다. 성호철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이달 계약하는 경우 내년 1월에 전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3월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며, 개정 이전에 분양을 받았더라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전매제한의 경우 소급 적용이 관심사였다”며 “작년에 분양한 아파트 등 대부분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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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도 폐지된다. 둔촌주공의 경우 기존 실거주 2년 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같은 시기 분양된 서울 강북권 대단지인 성북구 장위 래디언트도 마찬가지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작년부터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표방했는데, 서울이 그 가늠자였다”며 “일부 지역이 빠지긴 했지만, 서울을 풀었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가 풀리면서 재건축 단지 등을 위주로 공급 측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주택건설 업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15조원을 푼다. HUG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현안 대응 방안’ 후속 조치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증 제도 개선을 통해 10조원을 공급하고,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 대해 미분양 대출보증을 신설해 5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변경된 제도는 2일부터 시행됐다.

HUG는 신속한 PF보증을 위해 PF보증의 심사 방식과 금리 요건 등을 개선한다. 기존엔 모든 보증 심사가 본사 승인을 얻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심사 등급에 따라 전결권을 차등해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 이 보증은 금융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 1.5%포인트의 대출금리를 더해 산정했다. 대신 주택사업자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대출금리를 정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미 실행된 PF 대출금 상환을 위한 PF보증도 도입한다. 최근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주택업계의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차환 발행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

100만㎡ 미만 그린벨트 해제권, 지자체 넘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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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그린벨트 규제에 대한 대수술에 나선다. 그린벨트 규제 개선의 핵심은 상반기 중 비수도권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30만㎡ 이하’ 면적에서 ‘100만㎡ 미만’으로 3배 이상 확대하는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지축지구(118만㎡)에 버금가는 규모다. 그린벨트 규제가 완화된 건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5월 이후 7년8개월 만이다. 지방의 그린벨트 규제가 도시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서 지역 자율성을 높여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그린벨트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실생활에서 체감 가능한 지방 발전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집값 낙폭 줄여 시장 연착륙에 도움 될 것”

그동안 30만㎡가 넘는 그린벨트는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부 장관이 승인 여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 해당 지자체에서 결정하게 된다. 그린벨트 총량 규제에 예외도 둔다. 반도체·방산·원전산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사업을 지역에 추진할 땐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뺀다. 이에 따라 각종 산업단지와 주택단지 등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역 개발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대신 그린벨트 내 환경우수지역은 철저히 관리하고 해제 땐 공영개발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국토부 녹색도시과장은 “지방지자체의 권한이 확대되더라도 국토부 등과 사전협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권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주택시장의 극심한 거래절벽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쇼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내긴 어렵겠지만 집값 낙폭을 줄여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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