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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효과’ 위에 R공포…코스피 장중 2200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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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해는 바뀌었지만 코스피는 여전히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새해 들어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장중에는 두 달여 만에 2200선이 깨졌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R(Recession)의 공포’가 증시를 짓누르고 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진 탓이다. 증권가에선 연초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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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코스피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24% 오른 2230.98로 출발했다가 기관의 매도 공세에 2180.67까지 밀렸다. 장 중 2200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10월 17일(2219.71) 이후 두 달 보름여 만이다. 오후 들어 개인과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간신히 22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48% 내린 2218.6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현대차(1.27%)와 기아차(1.46%), 삼성SDI(0.5%)를 제외하고 파란불(하락)이 켜졌다. 2.9% 급락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LG에너지솔루션(-1.23%), 삼성전자 우선주(-0.59%), 네이버(-0.5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소폭(0.51%) 오른 674.95에 마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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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건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R의 공포’ 영향이 크다. 불씨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강력한 긴축 의지다. 여기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던 일본은행(BOJ) 마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더 커졌다.

최근 금융투자업계는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판매 둔화를 경기 침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테슬라가 지난해 고객에게 인도한 차량은 131만대로 당초 목표치인 ‘연간 50% 성장’에 못 미쳤다.

시장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넘어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중국 경제가 동시에 둔화하고 세계 경제의 3분의 1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UBS그룹 등 미국 월가 대형 은행 23곳 중 70%에 해당하는 16곳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 감소 등을 침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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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부진한 성적표’도 주식 시장을 짓누르는 요인이다. 증권사는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잇따라 기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252개 상장사(코스피+코스닥)의 영업이익 합산액은 2일 기준 36조3994억원으로 추정했다. 한 달 전(38조6232억원)보다 5.8% 감소했다.

특히 혹한기에 접어든 반도체 산업의 경우 ‘어닝쇼크’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에프앤가이드 자료)는 3일 기준 7조21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 급감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42% 하락한 6조2429억원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기업의 실적 부진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는 데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주요 상장사(291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06조4316억원으로 지난해(207조428억원 예상)보다 0.3% 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순이익은 155조93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며 “마땅한 호재도 없어 당분간 증시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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