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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중대선거구제가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건배사를 경청하고 있다. 김진표 의장은 이날 대통령에게 국회차원의 선거구제 개편추진 내용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2/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건배사를 경청하고 있다. 김진표 의장은 이날 대통령에게 국회차원의 선거구제 개편추진 내용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2/뉴스1

1.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자마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현행 소선거구제(선거구당 국회의원 1명 당선)를 중대선거구제(2명 이상 당선)로 바꾸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사건입니다. 기존 지역구가 모두 통폐합되면서 정치판의 물갈이가 예상됩니다.

2. 사실 중대선거구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더 어울리긴 합니다.
소선거구의 경우 1등 한명만 당선되기에, 2등 이하를 찍은 표는 모두 ‘사표(죽은 표)’가 됩니다. 반면 중대선거구의 경우 여러 명 당선됩니다. 사표가 거의 없습니다.
소선거구제엔 ‘승자독식에 따른 부작용’이 따릅니다. 죽기살기 선거전에서 양대 정당 소속만 살아남고, 원내에 진출해서도 대립이 첨예합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소수 정당의 진출이 가능하고, 원내정치도 다양화됩니다.

3. 물론 중대선거구제도 단점이 있습니다.
박정희 유신시절과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 중대선거구제는 ‘여당 절대다수’확보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소선거구제를 채택해왔습니다. 지방의 경우 지역구가 너무 넓어 신인 등장이 어렵고 지역대표성이 떨어집니다.

4. 윤석열은 후보시절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는 타이밍입니다. 현시점에서 언급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마침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추진중입니다. 차기 총선(2024년 4월 10일)에 적용할 법을 1년전까지 확정해야 합니다.
윤석열은 차기 총선 승리를 원합니다. 집권후반기 여당(국민의힘)을 확실히 장악하고 싶을 겁니다. 기존 정치판을 크게 바꾸고 싶은 겁니다.

5. 여론은 우호적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과의 대립으로 국정이 마비돼왔기 때문입니다. 소선거구제가 양대정당 대치의 원인으로 꼽혀왔습니다. 정치혐오가 만연하기에 정치판 흔들기는 늘 박수를 받아왔습니다.

6. 그러나 현실적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3일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거의 불가능’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득권인 현역의원들의 결사반대 때문이랍니다.

7. 기득권 현역의원들의 결사반대는 수치로 확인됩니다.
민주당 기득권은 수도권 의원.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2020년) 수도권에서 40%를 득표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121석 중 겨우 16석을 차지했습니다. 소선거구 탓입니다. 중대선거구가 되면 민주당 의석이 줄어들 겁니다. 윤석열이 기대하는 포인트입니다.
국민의힘 기득권은 영남권 의원. 민주당은 지난 총선 영남권에서 30% 이상을 득표했는데 의석은 전체 65석 중 겨우 8석. 중대선거구가 되면 국민의힘 의석이 줄어들 겁니다.
국민의힘이 전멸한 호남권의 경우 선거구제가 바뀌어도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8. 기득권은 막강합니다.
민주당의 수도권 당선자는 100명, 국민의힘 영남권 당선자는 58명으로 절대다수입니다. 민주당에선 수도권이 실세며 국민의힘에선 영남권이 터줏대감들입니다.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지는 상황에선 당론이고 윤심이고 의미가 없습니다.

9. 김종인은 인터뷰에서 희박하지만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그걸(선거구제 개편) 하려면 대통령 스스로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된다.’
윤석열의 확고한 의지를 기대해 봅니다.
〈칼럼니스트〉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