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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넘어간 이태원 희생자 명단…경찰, 서울시청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3일 서울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대장 이충섭)는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서울시 디지털정책관 산하의 정보 시스템 관리 담당 부서 압수수색에 나섰다. 친야 성향 신생 인터넷 매체인 ‘민들레’가 지난해 11월 14일 유가족 동의를 구하지 않고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희생자 명단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희생자 명단을 유출한 공무원을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되자 같은 달 16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서울시 출처로 의심되는 자료가 민들레 측에 흘러간 정황을 파악하고 이날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의심되는 정황일 뿐, 구체적으로 누구로부터 자료가 유출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 희생자 명단 작성에 관련된 다른 기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캡처.

특수본,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치…최성범 서장 신병처리 고심

 한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특수본)은 이날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포함해 용산구청 직원 4명을 검찰에 넘기며 이태원 사고 예방과 현장 대응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의 주요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매듭지었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 외에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한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과 불구속 수사를 받아 온 유승재 용산구 부구청장과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도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지난달 30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 구속 송치한 것으로 일단락된 상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3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박 구청장을 구속 송치했다. 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3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박 구청장을 구속 송치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지난달 28일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영장 재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납득 할 수 없다”는 당초 입장에서 “검토 중”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경찰 내부는 “사망자 개개인의 사망시각을 특정하라”는 등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사실상 이행 불가능하다는 점과 영장 재신청시 수사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최 서장 등을 불구속 송치하는 데 무게를 싣는 기류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말라는 취지의 보완수사요청”이라며 “수사를 더 끌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최 서장과 함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경정)에 대한 영장신청 여부도 이번 주 중에 결론 내린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한 차례 보완수사 요청을 받은 대상인 문 국장뿐만 아니라 사고 당일 지하철 무정차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송은영 이태원역장에 대해서도 불구속 송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특수본은 당초 최 서장의 신병이 확보되면 송 역장과 문 국장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특수본은 송 역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과 이태원 사고 사흘 전 회의를 하며 “구두 보고라도 무정차 요청하면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는 점 등을 확인했지만 사고 당일 역사 내 질서 유지에 최선을 다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송치를 결정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최 서장 등에 대한 불구속 송치가 용산소방서·용산구청·용산경찰서 등의 과실이 결합돼 사고를 키웠다는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 구성에 장애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특수본 관계자는 “구속 여부는 재판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 책임을 묻겠다”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상급 기관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서울시 등엔) 추상적인 권한과 의무만 있다”고 말했다. 윗선 수사 확대 보다는 설 연휴 전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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