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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보쉬·MS 출신’ 모여 만든 中 자율주행 반도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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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범유행으로 자동차 산업엔 칩 부족 사태가 일었고 글로벌 제조업체는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전기차나 스마트카 공급망이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19뿐만 아니다. 중국은 자동차 자체 개발 역량 부족, 높은 공급 의존도, 산업 사슬 발전 지연 등 여러 문제에 당면해있다.

그럼에도 신에너지차(NEV) 판매량은 급증했다. 2022년 중국의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판매가 50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528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는 7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0월 신에너지차의 중국 자동차 판매 점유율은 24%로 작년 동기 대비 10.6%포인트 증가했다. 국무원 시장경제연구소는 중국의 신에너지차 연간 판매가 2025년에는 1천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자율주행 차량 열풍이 거셀수록 고성능 칩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중국에선 최근 몇 년간 칩 생산 유니콘 기업이 다수 생겨나며 칩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고성능 컴퓨팅 파워(大算力)* 자율주행 칩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AI의 발전은 연산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며, 칩은 연산력의 핵심이다.

*算力: 컴퓨팅 파워, 해시레이트로 번역되며 이곳에선 ‘데이터 처리 역량’, ‘연산력’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고도로 복잡한 문제 해결, 비즈니스 크리티컬 분석 작업을 수행, 연산 집약형 작업 부하 처리 등 복잡한 작업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영영 고성능 칩을 만들 수 없게 될까? 아니다. 이를 해결할 유니콘 기업,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가 있다.

[사진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

[사진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

중국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기업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Black Sesame Technologies, 黑芝麻智能科技)는 중국의 첫 고성능 컴퓨팅 파워 자율주행 칩 양산 업체다. 블랙세서미는 국제적 인증을 받은 칩을 가진 유일한 중국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2016년 설립된 블랙세서미테크놀로지는 시각 감지 기술과 자체 IP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주로 자율주행에 필요한 물체 인식 알고리즘, 사물 이미지 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I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용 반도체 칩도 설계하고 생산한다.

블랙세서미는 현재까지 두 종류의 스마트 주행 AI 반도체를 출시했다. 로버트 보쉬, SAIC모터, 비야디 자동차(BYD) 등 주요 기업들에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과 자율주행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자본 러브콜 이어져…보쉬의 첫 中 반도체 투자

2021년 9월, 블랙세서미는 두 차례 진행된 시리즈 C 투자 라운드를 통해 수억 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들였다. 후베이 샤오미 창장산업투자펀드가 주도했고,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니오캐피탈(蔚来资本), 중국 최대 스마트폰 조립업체인 윙테크 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했다.

중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FAW와 후이저우 더사이SV 오토모티브가 공동 설립한 풀사이언스(FulScience)도 전략적 투자자로 나섰다. 투자액은 2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를 계기로 블랙세서미는 유니콘 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올해 1월엔 유럽 최대의 독일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보쉬(Bosch)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기도 했다. 블랙세서미는 보쉬가 중국에 투자한 첫 자율주행 반도체 업체다. 지난 12월 14일엔 둥펑(東風)그룹의 자회사인 둥펑자산(東風資產)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음과 동시에 둥펑 최초의 순수 전기 세단과 첫 순수 전기 SUV 프로젝트도 함께 지정받았다.

후룬(胡潤)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글로벌 유니콘'에 중국 유니콘 301곳이 이름을 올렸고 블랙세서미는 107위에 올랐다.

[사진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

[사진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

블랙세서미가 출범할 무렵 중국은 인공지능(AI) 기술이 폭발하는 해였다. 2016년 블랙세서미 출범 당시 핵심 팀은 보쉬,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화웨이, OV(오포와 비보) 등 업계 최고 기업 출신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평균 15년 이상의 자동차 및 반도체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블랙세서미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설계 및 개발이 어려운 자율주행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들은 사물 이미지 처리 기술부터 시작해 인공지능, 시각 감지 기술, 자율주행, 대규모 집적회로 등을 개발했다. 또 지난 5년간 2대 핵심 IP 이자 FAD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의 엔드 투 엔드*, 풀스택* 방식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구축했다.

*엔드 투 엔드(端到端· End-to-End): 망의 종단에서 교환점을 거쳐 수단까지 전체의 신호를 형성하여 필요한 접속 정보를 송신자·수신자 양단에서 직접 교환하는 방식

*풀스택(full-stack): 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루는 기술

华山1号A500 [사진 블랙세서미]

华山1号A500 [사진 블랙세서미]

2019년 출시된 화산1호 A500(华山1号 A500) 칩은 블랙세서미가 3년에 걸쳐 출시한 최초의 칩이다.

2020년 6월엔 화산2호 A1000(华山2号 A1000) 자율주행 컴퓨팅 칩이 발표되었으며, 이는 L2+를 지원할 수 있는 첫 번째 모델이다. 또 지난해 4월 화산2호A1000L을 발표해 중국 고컴퓨팅 파워 자율주행 칩 자리를 유지했다. 이로써 블랙세서미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기능 안전에 대한 국제 표준인 ISO26262를 통과한 유일무이한 기업이 됐다.

2020년 8월, 블랙세서미는 중국 이치(一汽·FAW) 자동차 그룹과 기술제휴 협약을 체결하여 칩양산 속도를 높였다. 또 둥펑, 보쉬, 니오라이, 상하이자동차, BYD, 아시아 태평양 등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L2, L3급의 ADAS와 자율주행 감지 시스템상에서 일련의 상업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블랙세서미는 지난해 말, 고성능 컴퓨팅 파워 칩 세 개를 보급에 성공했으며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핵심 IP+고성능 컴퓨팅 파워’ 블랙세서미의 강점

블랙세서미는 저소비 전력의 자동차용 화상 처리 프로세서 ‘NeuralIQ ISP’와 딥러닝 신경망 가속기 ‘DynamAINN’ 엔진 등 양대 핵심 IP를 차례로 개발하고 있다.

‘NeuralIQ ISP’ 이미지 처리 기술은 자동차가 ‘잘 볼 수 있도록’하는 기술이다. 최대 12개 채널의 고화질 카메라 액세스를 지원하고, 강력한 감지 능력을 통해 카메라가 초저광(低光)과 역광 장면에서도 선명하게 영상화된다. 감지된 정보는 백엔드에서 균일화된다.

딥러닝 신경망 가속기 ‘DynamAINN’ 엔진은 자동차가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NeuralIQ ISP를 통해 처리된 이미지가 DynamAINN 엔진에 전달되고, 이 엔진은 추리와 의사결정을 통해 주변 환경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예측한다.

블랙세서미의 ‘NeuralIQ ISP’ 기술. [사진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

블랙세서미의 ‘NeuralIQ ISP’ 기술. [사진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

고컴퓨팅 파워는 자율주행 진영의 기초이자 전기차 구조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핵심 부품이다.이들이 발표한 화산2호 A1000(华山2号 A1000)자율주행 칩의 컴퓨팅 파워(데이터 처리 역량)는 58-116 TOPS(초당 58~116조 번의 정수 연산처리)에 달하며, 에너지 효율비는 6 TOPS/W를 초과한다.

화산2호A1000L은 최신 차세대 고성능 게이지급 자율주행 컴퓨팅 칩으로 컴퓨팅 파워는 106-196 TOPS(초당 106~196조 번의 정수 연산처리)에 달한다. 주차부터 도심 내부, 고속 장면까지 끊김 없이 연결하는 수준급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블랙세서미는 올해 4월, 250 TOPS(초당 250조 번의 정수 연산처리) 이상의 기술을 갖춘 A2000칩을 발표할 예정이다. 블랙세서미는 A1000칩을 탑재한 둥펑자동차의 신차를 2023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단일칩, 듀얼칩, 쿼드칩 등 다양한 조합으로 L2부터 L4까지 수준별 자율주행 산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FAD(Full Autonomous Driving) ‘완전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을 선보였다. FAD 플랫폼은 고(高)신뢰성, 저(低) 지연, 넓은 대역폭, 이중화, 전방융합 등의 기술적 이점을 갖추고 있으며 개방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FAD는 안전하고 개방된 생태계를 통해 제품 체계가 완비되도록 돕는다.

블랙세서미는 자체 개발한 2대 핵심 IP와 완벽한 자동차 안전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기능 보안체계, 국제 자동차 하드웨어 규격표 인증을 통과한 양산형 칩을 통해 기업의 핵심 기술장벽을 이루고 있다. 대규모 컴퓨팅 파워 칩 양산이 블랙세서미가 칩 산업에서의 명맥을 이어나가게 될 핵심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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