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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키워드 된 ‘식량 안보’, 답 찾으러 우주 간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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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커졌다 [출처 셔터스톡]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커졌다 [출처 셔터스톡]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15~16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23년의 중국 산업정책의 키워드를 ‘발전’과 ‘안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이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의 위기감이 크게 높아진 것. 중국은 회의를 통해 올해 안전한 공급망과 산업망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식량안보, 기술자립을 실현하는 데 몰두하겠다고 밝혔다.

그중 식량 안보가 여러 차례 화두로 떠올랐다. 식량 안보는 국가 경제의 근본을 강화하는 일이자, 정치 및 사회 질서 안정의 초석이다.

지난해 12월 23∼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농촌공작회의 연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인의 밥그릇은 언제나 자기 손으로 든든히 받쳐 들어야 한다”, “농촌 활성화를 전면 추진하는 것이 새 시대 농업 강국 건설의 중요 임무”, “과학기술과 개혁의 두 바퀴에 의지해 농업 강국 건설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농업의 중요성과 식량 안보에 대해 언급했다. 시 주석은 앞서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식량과 에너지 안보 문제는 전 세계 발전 영역에서 가장 시급한 도전이라며 문제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커졌다.

세계 최대 곡창 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기며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게 된 것이다. 2022년 5월 시카고 상품 거래소의 평균 밀 선물가격은 톤당 420달러(약 53만 원)로, 2020년 평균 가격인 202달러(약 25만 원)와 비교했을 때 107.9%나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옥수수는 117.5%, 대두는 76.0% 급등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3월 이후 20여 개에 달하는 국가가 식량 수출 금지를 잇달아 내놨다. 자국 내 곡물 가격 상승,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는 국제 식량 공급의 감소를 야기하며 관련 국가들을 혼돈에 빠트렸다. 원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폭등 역시 식량 생산 및 운송 원가에 영향을 줬으며 가뭄, 홍수 등 급격한 기후 변화, 팬데믹도 안정적인 식량 공급의 위협 요소가 됐다. 특히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서방 국가와의 갈등이 심화할 것을 대비해 식량 자급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中 식량 수입량 증가, 대두 수입 의존도는 80% 넘어 

2021년까지 중국 대두 수입의 60%는 브라질, 34%는 미국에 의존해 왔다 [출처 셔터스톡]

2021년까지 중국 대두 수입의 60%는 브라질, 34%는 미국에 의존해 왔다 [출처 셔터스톡]

코트라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1억 6453만t의 식량을 수입했다. 이는 2021년 중국 전체 곡물 생산량(6억 8285만t)의 24.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재고 비축분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2021년 식량의 대외의존도는 19.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곡물 수입은 전년 대비 2527만t 늘었고, 이 중 곡물 수입 규모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수입액도 전년 대비 49.2%로 대폭 증가했다. 중국의 식량 수입량이 증가한 것과 동시에 수입 원가가 상승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대두 수입 의존도는 80%가 넘는다. 대두는 두부를 비롯한 각종 장류, 식용유, 돼지 사료로 쓰인다.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 중국에서, 대두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다. 많은 음식을 기름에 볶고, 튀기는 중국인의 식용유 수입 의존도도 30%에 이른다. 해외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그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는 품목인 것이다.

2021년까지 중국 대두 수입의 60%는 브라질, 34%는 미국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여기서 브라질산 대두 종자는 미국의 카길(Cargill)이 공급하고 있어 실상 대두는 미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비료에 사용되는 칼륨 등 농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이상 기후로 인한 흉작의 리스크가 존재해 농민들의 재배 동기가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14억이라는 많은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중국은 꽤 오래전부터 식량 자급 방안을 고민해왔다. 그리고 그 답을 우주에서 찾고 있다.

1987년부터 우주 육종에 공들인 중국

중국은 1987년부터 위성과 유인 우주선에 무와 마늘 등을 실어 보냈다. 우주 육종(space breeding)*실험이 이미 80년대부터 시작된 것이다. 성과도 냈다. 현재 중국에서 두 번째로 널리 재배되는 밀 품종인 '루유안502'는 중국 우주 육종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고도 340km 저궤도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씨앗이 탄생시킨 품종으로 일반 밀 품종보다 수확량이 11% 더 많고, 가뭄과 해충에도 더 잘 견디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주 육종은 식물을 우주 방사선에 노출, DNA 돌연변이를 유도해 신품종을 만들어내거나 품종을 개량하는 것을 뜻한다. 돌연변이 중에 형질이 나빠진 것은 배제하고, 여러 차례 시험 재배를 거친 뒤 좋은 형질로 발현되는 것만을 선별해 안정화 과정을 거친다. 우주 육종은 미래 우주에서의 삶을 준비하고 지구의 기후변화 등 불안정한 상황에 대비해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우주 육종만을 위한 위성을 발사(2006년, 스젠 8호)할 정도로 우주산 품종 개발에 진심이다. 지난해 4월에는 선저우(神舟) 13호 우주비행사들이 톈궁에서 6개월간 실험한 잔디, 귀리, 버섯 등의 1만 2000여 개의 종자를 갖고 지구로 귀환했다. 오랜 시간 연구에 몰두한 결과, 현재까지 중국은 2000여 종의 우주 식물과 과일 종자를 탄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쌀, 밀, 옥수수, 대두, 목화 등 200여 종은 재배 승인까지 받았다.

중국 우주정거장 원톈 실험모듈에서 재배한 벼의 생장과정. 사진 속의 시간은 벼를 베어낸 후의 경과한 날짜 수다. [사진 인민일보]

중국 우주정거장 원톈 실험모듈에서 재배한 벼의 생장과정. 사진 속의 시간은 벼를 베어낸 후의 경과한 날짜 수다. [사진 인민일보]

중국은 우주 육종을 넘어 우주 재배에도 도전하고 있다. 인류가 우주에서 장기간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식물이 세대교체를 완성해 종자를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4일, 선저우 14호는 120일간의 전(全) 생명주기를 거친 벼와 애기장대 종자를 갖고 지구로 돌아왔다.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벼의 ‘종자에서 종자까지’의 전체 생명주기에 걸친 배양 실험을 완성한 것.

해당 프로젝트는 2022년 7월 29일 영양액을 주입, 실험을 시작해 11월 25일 실험이 종료될 때까지 총 120일 동안 궤도에서 애기장대와 벼의 종자 발아, 모종 생장, 개화, 종자를 맺기까지의 전 생명 주기에 걸친 배양 실험을 완성했다. 우주에서 수확한 볍씨는 현재 중국과학원 주응용공학기술센터로 이송돼 정밀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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