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일 맛없는 라면' 이름 뭐게요? 그게 '환갑 모델' 도전한 이유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중앙일보 독자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독자의 사연을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리는 독자 서비스입니다.

이보국씨는 현재 당신의 삶을 넘어 타인의 삶을 살피는 일을 합니다. 이 모두 어려웠던 시절에 공부하고 준비했던 결과입니다.

이보국씨는 현재 당신의 삶을 넘어 타인의 삶을 살피는 일을 합니다. 이 모두 어려웠던 시절에 공부하고 준비했던 결과입니다.

1962년 인천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이후 줄곧 인천과 부천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1982년 12월 공군에 자원입대하면서 인생의 자기 결정권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1985년 군 제대 후, 포항과 수원으로 직장을 선택해 이동하면서 젊음의 노트를 채워갔습니다.
1991년 스위스 회사로 옮겨 주 5일 근무를 맛보면서 인생은 살만하고 직장 생활은 할 만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IMF를 만나 양복에 넥타이는 작업복으로 바뀌었습니다만,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4년엔 오대산 월정사에서 단기 출가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본연의 내 모습을 찾아가는 길을 알게 된 겁니다.
이로써 깨달음의 기회는 멀지 않은 곳에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기 출가를 계기로 백두대간 국토 종주, 국토 도보 종단, 산악 마라톤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두 인생의 좌표를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40대 초반엔 청소업을 새로 시작하면서 청소부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스템 엔지니어에서 청소부로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도 사회복지학과, 평생교육학과에 편입하여 공부하며 졸업도 했고요.
현재 사회복지사로서는 치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마지막 노후를 만들어 드리고 있고요.

평생 교육사로서는 인생의 변화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삶의 변화를 안내하는 조용한 멘토로서 인생 3모작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인생 60갑자를 돌아서는 시점에서 친구 셋과 자전거 국토 종주를 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건강한 노후를 준비하려는 마음에서였죠.

아! 지난해 봄에는 시니어 모델로 학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내 삶에서 가치를 만들고 다듬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내 인생의 좌표를 확인하는 의미에서 나만의 인생 사진, 꼭 한번 찍어보고 싶습니다.

이보국 드림


이보국씨는 동은 스님과 19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는 삶의 고비마다 스님에게 길을 물어 온 겁니다. 그러니 그에겐 스님이 삶의 스승인 셈입니다.

이보국씨는 동은 스님과 19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는 삶의 고비마다 스님에게 길을 물어 온 겁니다. 그러니 그에겐 스님이 삶의 스승인 셈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인 이보국씨는 사진 찍을 장소로 삼척 두타산 천은사를 꼽았습니다.
당신 삶의 고비마다 위로와 격려를 해준 동은 스님과 함께 사진 찍고 싶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2004년에 단기 출가를 경험할 당시 만났으니 무려 19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보국씨는 숱한 인생의 변곡점을 겪었습니다.
외국계 회사 엔지니어를 하다가 반도체 회사로 옮겼는데 IMF로 실직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험난한 인생길을 걷게 된 겁니다.
그때마다 그는 동은 스님에게 삶의 길을 묻고,
또 일어나 새로운 길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니 그에게 동은 스님은 삶의 스승인 셈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만, 두런두런 이어지는 대화가 당최 끝나질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사이니 오랫동안 마음이 오가는 중인가 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만, 두런두런 이어지는 대화가 당최 끝나질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사이니 오랫동안 마음이 오가는 중인가 봅니다.

모처럼 이보국씨를 만난 동은 스님이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제가 오대산 월정사 단기 출가학교 교장으로 1기부터 20기까지 졸업시켰어요. 그때 이보국씨가 4기였는데 법명이 대각이었어요. 사실 인생의 변곡점이 있을 때 하나의 돌파구로서 단기 출가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각님도 마찬가지였고요.”
“졸업하고 나서 19년째 인연을 이어오는 분이 있습니까?”
“하하. 정말 드문 경우죠. 가끔 연락 오고 그런 분들은 있지만, 꾸준히 1년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분은 없죠. 여기 대각님은 너무 다양한 인생 경험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내 인생 왜 그래” 하면서 타락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꼭 자문하고 또 그렇게 일어나고 하셨죠.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꿋꿋하게 시작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두타산 천은사 뒤로 난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이 있습니다. 동은 스님이 ‘동안 명상길’이라 이름 붙인 길입니다. 움직일 동(動)자에 편안할 (安), 즉 걷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라는 의미입니다.

두타산 천은사 뒤로 난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이 있습니다. 동은 스님이 ‘동안 명상길’이라 이름 붙인 길입니다. 움직일 동(動)자에 편안할 (安), 즉 걷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라는 의미입니다.

듣고 있던 이보국씨가 말을 이었습니다.

“여기 동은 스님이 계시니 제가 그걸 빌미로 편안하게 다녀갈 수 있습니다. 늘 송구스러우면서 늘 감사하죠.”
두타산 천은사는 그에게 쉼터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여기를 찾는 겁니다. 이렇듯 자신의 마음에 준 쉼이 새로운 길을 가는 힘이 되는 겁니다.

두타산 천은사는 그에게 쉼터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여기를 찾는 겁니다. 이렇듯 자신의 마음에 준 쉼이 새로운 길을 가는 힘이 되는 겁니다.

동은 스님은 쉴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며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스님들도 벗어나 조용히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그런 공간이 필요하죠. 여기를 힐링 장소를 생각하시니 저 또한 고마울 따름입니다. 더구나 도반처럼 지내니 이 또한 참 고맙습니다. 더구나 힘쓸 일이 필요할 때마다 오셔서 도와주시니 그 또한 고맙고요.”

스님은 이보국씨에게 고맙다고 하고,
이보국씨는 스님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서로 고마운 사이인 겁니다.

힘들 때마다 이보국씨는 몸을 움직였습니다. 이 습관이 그를 좋은 길로 안내했습니다. 그 결과로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맑아졌으니까요.

힘들 때마다 이보국씨는 몸을 움직였습니다. 이 습관이 그를 좋은 길로 안내했습니다. 그 결과로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맑아졌으니까요.

이보국씨는 스님에게서 힘을 얻으면서도 혼자 스스로 다독이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건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그간 마라톤 완주를 무려 17번 했습니다.

백두대간 종주도 했습니다.
보름에 한 번씩 모두 24번에 걸쳐 강원도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종주한 겁니다.

자전거로 국토 종주도 했습니다.
인천 아라뱃길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6일 동안 한 겁니다.

도보로 국토 종단도 했습니다.
전남 진도에서부터 강원 고성까지 20일에 걸쳐 했습니다.

그는 이렇듯 스스로 집중하며, 스스로 다독이며 늘 일어선 겁니다.

그는 요즘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모델 학부 1학년인 겁니다.
새해니 곧 2학년이 되겠네요.

그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뭘까요?

“환갑이 지나면서 내가 나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도 일을 하는 나이가 계속 늘어나고 있더라고요. 건강만 하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늙어서까지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다면 시니어 모델이 인생 3막의 새 길이 될 것 같았습니다. 모델 공부를 하면 누구한테 보여주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가 나에 대한 모델을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길을 가다가 막다른 길을 만나면 그는 새 길을 찾았습니다. 아니 만들었습니다. 스스로 만드는 길, 오늘도 그는 그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막다른 길을 만나면 그는 새 길을 찾았습니다. 아니 만들었습니다. 스스로 만드는 길, 오늘도 그는 그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라면이 ‘했더라면’이라고 합니다.
우스개이지만 그에겐 삶의 지표인 겁니다.
‘했더라면’을 하지 않기 위해 그는 오늘도 신발 끈을 동여맵니다.
그리고 길을 나섭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그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길인 겁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