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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용과 천리마] 대북 정보 수집하러 한국도 두드리는 중국 기관은?

중앙일보

입력

차 마시는 북중 정상 부부   (서울=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게재한 사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개최된 오찬에 참석해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시 주석 부부는 김정은 부부에게 중국의 차문화에 대해 소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2018.3.28   nkphoto@yna.co.kr (끝)

차 마시는 북중 정상 부부 (서울=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게재한 사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釣魚臺)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개최된 오찬에 참석해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시 주석 부부는 김정은 부부에게 중국의 차문화에 대해 소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2018.3.28 nkphoto@yna.co.kr (끝)

중국과 북한의 공식창구는 양국의 외교부가 아니다.

중국은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북한은 조선노동당 국제부가 맡고 있다. 외교부가 아닌 이들 부서가 창구가 된 것에 복잡한 이유는 없다. 양국은 사회주의 국가 간의 관례인 ‘정당 간 교류’를 아직도 유지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70년대 말까지 사회주의 국가 외에는 국교를 수립한 국가가 많지 않았다. 따라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부가 외교무대에서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외교부가 전면에 나선 것은 구소련‧동유럽이 붕괴하면서다. 새로운 정권과 국가들이 탄생하면서 이들은 과거 ‘정당 간 교류’가 아니라 ‘정부 간 교류’를 희망했다. 중국도 그에 발맞춰 ‘정부 간 교류’로 바꾸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례대로 ‘정당 간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정당 간 교류’와 ‘정부 간 교류’를 병행하는 전략이 중국의 대북 외교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향해 북‧중 관계의 특수성과 밀월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외교부는 대북 외교에서 철저히 보조 역으로서 협력하는 부서에 불과하다. 북한도 대중 외교는 중국과 마찬가지다. 북한 외무성이 노동당 국제부를 지원하고 있다.

대외연락부의 부서는 지역별로 8개국으로 나뉘어 있는데, 북한을 담당하는 부서는 2국이다. 2국이 동북아시아와 인도지역의 각국 정당 및 정치조직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대외연락부장인 류젠차오는 1986년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38세 나이로 중국 외교부 역사상 최연소 대변인에 임명돼 9년간 ‘중국의 입’ 역할을 했다. 대변인 시절 한국에 강한 인상을 남긴 적이 있었다. 북한이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을 할 때다. 류젠차오는 그때 북한의 핵실험을 ‘제멋대로(悍然)’라는 표현을 사용해 중국의 분노를 표현했다. ‘제멋대로(悍然)’는 냉전 시대 중국이 적국인 ‘미 제국주의’를 비난할 때 전형적으로 사용하던 격한 표현이다. 중국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류젠차오는 2015년 외교부를 떠나 국가예방부패국 부국장‧저장성 당기율위원회 서기 등을 거쳐 2018년 3월 베이징으로 복귀했다. 그가 맡은 직책은 중국 최상위급 외교정책기구인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상설 사무국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이다. 그리고 2022년 5월 대외연락부장으로 옮겼다.

역대 대외연락부장의 면면을 보면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왕자샹-겅뱌오-지펑페이-차오스-천리런-주량-리슈정-다이빙궈-왕자루이-쑹타오-류젠차오 등이다. 이 가운데 겅뱌오는 국방부장, 지펑페이는 외교부장, 차오스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지냈다. 다이빙궈는 그의 60세 생일 때 김정일로부터 축하 선물을 받을 정도로 북한 지도부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

류젠차오의 북한 파트너는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이다. 김성남은 김일성·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았던 1호 통역사 출신이다. 중국어 통역에 불과했던 김성남이 노동당 국제부장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역대 노동당 국제부장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북·중 최고위급 회담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북한 내 중국통 정도다. 실력보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김성남은 장성택이 2013년 사망한 이후 북한의 대중 창구 역할을 해 왔다. 그가 김정은의 마음을 어떻게 잡았는지는 미스터리다.

역대 노동당 국제부장은 김 씨 3부자의 최측근이 많았다. 중국의 비중을 고려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박성철-박용국-김동규-김영남-김용순-최태복-현준극-김양건-김영일-강석주-이수용-김형준-김성남 등이다. 초대 국제부장 박성철은 항일혁명 시기 김일성의 ‘당번병’으로 군인 출신이다. 그는 외무상‧총리‧국가부주석 등을 역임한 김일성의 사람이다. 김영남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를 곁에서 보필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김여정과 함께 서울을 방문했다. 김용순‧김양건은 김정일의 대남 비서를 역임해 한국에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이수용은 김정은의 개인 교사였다.

류젠차오-김성남이 만났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류젠차오가 2022년 5월에 임명됐으니 코로나 19 영향 탓에 방북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남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외연락부장-국제부장의 만남은 빈번했다. 대외연락부장을 12년간(2003~2015년) 맡은 왕자루이의 활약은 대단했다. 김정일과의 친분 탓에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해 북‧중 관계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대외연락부-국제부 사이의 소통은 문제였다. 양국 간의 창구는 분명히 맞는데, 서로 밀월 관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교환하는가 여부다. 예를 들면 북한은 2016년 10월 제1차 핵실험에서 ‘20분 전 통보’를 비롯해 중요한 사건마다 중국을 서운하게 했다. 대외연락부-국제부 라인이 제대로 작동되나 싶을 정도였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18년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사전에 연락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미 외교는 90% 정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데다 북‧미 정상회담은 중국에 엄청난 일이었다. 그런 일을 북한이 사전에 귀띔해 주지 않았다. 역시 대외연락부-국제부 라인이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런 가운데 시진핑이 총서기에 오른 지 6년 만인 2018년 3월 북‧중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그동안 김정은이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중국은 연이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거절했다. 그런데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은 북‧중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북한의 한판승이랄까.

양국 정상은 서로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제 싸웠냐는 식이었다. 시진핑은 “전통적인 중조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정은은 “북‧중 관계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북한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거들었다.

중국은 이번 계기로 대외연락부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대안을 찾으려고 했다. 그 대안이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인 중앙국가안전위원회(中央國安委)였다. 중앙국안위는 2013년 11월 제18기 3중전회에서 신설했다. 그리고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 1월 출범했다. 출범 초기 중앙국안위 주석은 시진핑이며, 부주석은 권력 서열 2, 3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인 리커창과 장더장이 맡았다. 권력 서열 1, 2, 3위가 배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앙국안위 판공청 주임(비서실장)은 리잔수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겸직했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이후 인사교체가 있었으니 중앙국안위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석은 시진핑이며, 부주석은 권력 서열 2, 3위인 정치국 상무위원 리창과 자오러지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국안위 판공청 주임은 2019년부터 맡은 딩쉐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이 계속할 수 있다. 리잔수도 2017~2018년 정치국 상무위원을 하면서 중앙국안위 판공청 주임을 맡았다.

중앙국안위는 국내 치안 및 사법, 국방, 국가정보, 외교안보 및 통상 부문 등 정책 결정의 최고위 직무를 가진 인사들로 구성됐다. 따라서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한다. 중국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북한 정보를 수집하는 한국‧미국‧일본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중앙국안위가 시진핑 3기 때 북‧중 관계에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

고수석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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