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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맞으며 26분 덜덜"…마을버스 요즘 뜸해진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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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을버스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에서 마을버스가 운행 중인 모습. 연합뉴스

마을버스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에서 마을버스가 운행 중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는 하모(57·남)씨는 최근 3호선 홍제역에서 간발 차이로 마을버스를 놓쳤다. 그는 칼바람을 뚫고 1.6㎞ 떨어진 집까지 걸어갔다.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걷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서다.

삼하운수는 이 노선에 마을버스 2대를 투입해 26분에 한 대씩 운행한다. 안종석 삼하운수 전무는 “버스 3대를 운행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등 여파로 손님이 없어 1대 줄였다”고 설명했다.

마을버스, 코로나 이후 운송수입 30% ↓

승객 줄면서 수입도 줄어든 마을버스. 그래픽 신재민 기자

승객 줄면서 수입도 줄어든 마을버스. 그래픽 신재민 기자

마을버스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는 민간 사업자가 운영한다. 준공영제인 시내버스는 서울시가 수익과 비용의 차액을 전부 보전한다. 하지만 마을버스는 서울시가 정한 운송원가(버스 1대당 하루 45만7040원)에 운송수입이 미달할 경우, 최대 21만원까지만 지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난이 심해졌다.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 이희신 상무는 “2019년 연간 4억2600만명이 이용했던 서울 마을버스는 2021년 2억940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같은 기간 2560억원이던 운송수입도 1797억원으로 29.8% 감소했다.

마을버스 업계는 고육지책으로 운행 대수를 줄이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자치구 252개 마을버스 노선 중 약 70% 노선이 지난해 운행횟수를 평균 17% 감축했다.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 운행되는 마을버스는 1662대다.

대중교통 요금 예상 인상률. 그래픽 신재민 기자

대중교통 요금 예상 인상률. 그래픽 신재민 기자

서울시, 4월 말 300원 인상 추진

불어나는 대중교통 적자 규모. 그래픽 신재민 기자

불어나는 대중교통 적자 규모. 그래픽 신재민 기자

지하철·시내버스 등 다른 서울 대중교통도 적자가 쌓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운임에서 운송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60%(지하철)~65%(버스)에 불과하다. 1명당 2083원 들어가는 지하철에 1250원만 내고 탄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올해 버스·지하철 요금을 각각 300원씩 올릴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5년 6월 이후 7년 넘게 요금을 동결했다”라며 “오는 4월 말 버스·지하철 요금을 동시에 인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교통카드·신용카드 납부액을 기준으로 지하철 1250원, 시내버스 1200원, 마을버스 900원이다. 서울시는 경기도·인천시 등 관계 기관 협의를 시작으로 시민공청회·서울시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누적 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지하철은 연평균 9200억원, 버스는 연평균 5400억원의 적자가 났다.

 서울의 한 버스 공영차고지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들이 다수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버스 공영차고지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들이 다수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요금 인상 방안은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00원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운송원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적자 폭은 줄겠지만 운행할수록 손해인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 적자엔 65세 이상 무임승차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 서울 등 자치단체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올해 정부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신성일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만성적인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적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가와 연동해 객관적으로 요금을 산정하고 무임승차로 발생하는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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