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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스의 조언 “행복을 따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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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현영 기자 중앙일보 경제에디터
박현영 워싱턴 특파원

박현영 워싱턴 특파원

세밑에 ‘인터뷰의 전설’ ‘저널리즘 개척자’로 불린 미국 방송인 바버라 월터스가 세상을 떠났다. 언론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쿠바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수많은 인터뷰를 성공시켰지만, 그를 대중에게 각인한 걸작은 1999년 모니카 르윈스키 인터뷰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을 하원 탄핵으로 몰고 간 섹스 스캔들 주인공 르윈스키는 당시 세간의 화제였다.

월터스는 분위기가 어색하거나 불편해질까 봐 꺼리는 질문을 서슴없이 하는 거로 유명했다. 르윈스키 앞에서도 “일부러 재킷을 들어 올려 대통령에게 끈 팬티를 보인 게 맞느냐”고 확인했고, “아직도 그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르윈스키는 이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딸 첼시에게 사과했다. 7400만 명이 시청해 뉴스 프로그램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저녁 뉴스를 진행한 최초의 여성 앵커인 바버라 월터스(오른쪽)가 1980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저녁 뉴스를 진행한 최초의 여성 앵커인 바버라 월터스(오른쪽)가 1980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74년 미국 첫 여성 뉴스 앵커로 유리천장을 깨뜨린 월터스는 대공황이 시작된 1929년 태어나 93년을 살았다. 그중 언론인으로 지낸 시간은 약 52년. 85세였던 2014년 공식 은퇴했지만, 마지막 인터뷰는 2015년 12월 도널드 트럼프였다. 구순을 앞두고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비결은 재능과 노력이 기본이지만, 장수 비결은 자신이 행복한 일을 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배 방송인 케이티 쿠릭이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를 모은  『내가 받은 최고의 조언』(2011)을 펴낸다고 하자 월터스는 이런 글을 보내왔다.

“대학 때 유명한 교수님의 조언은 ‘네 행복을 따르라’였다. 실생활엔 이렇게 적용한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결정해라.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 (물론 돈은 받아야 함) 해당 업계나 기업에 일자리를 얻어라. 직위를 따지지 말고 시작해라. 아침에 가장 먼저 출근해라. 밤에 마지막으로 퇴근해라. 커피 심부름을 해라. 행복을 따르라. 단, 상사와 자지 마라. 당신은 성공할 것이다.” 방송사 홍보담당, 뉴스 작가에서 늦깎이 기자·프로듀서·앵커가 된 자신의 이야기였다.

하버드대 연설에서는 언론인에게 중요한 자질로 호기심을 꼽았다. ABC뉴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바버라’에서 인터뷰 대상보다 더 그를 깊이 연구하고, 질문은 수백 개 준비하고, 질문지를 버려야 하면 그럴 수 있도록 완전히 숙지했다고 준비 과정을 털어놨다. “우린 죽을 때 사무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는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한 조언도 기억에 남는다. 새해다. 새로운 결심, 새 출발 하는 시기다. 월터스처럼, 행복을 좇으면 나머진 따라올 것으로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