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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띠 류현진의 부활 집념, "주 6일 하루 5시간씩 훈련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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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류현진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주 6일을 하루 5시간씩 재활에 매달렸다. 고관절 운동을 하고 있는 류현진. 사진 54K스포츠

류현진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주 6일을 하루 5시간씩 재활에 매달렸다. 고관절 운동을 하고 있는 류현진. 사진 54K스포츠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다. 1987년생 토끼띠인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202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새해를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맞았다. 류현진의 국내 비시즌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김광수 54K스포츠 야구전문센터 대표는 “오랫동안 류현진을 지켜봤지만, 이번 겨울처럼 열의를 보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토미존 서저리는 마운드 복귀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수술로 알려져 있다. 또 투수에게 30대 중반은 부상 이후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시기다. 류현진은 그 물음표를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류현진은 MLB 진출 이후 매년 두 달간 54K스포츠에서 ‘3일 훈련 후 하루 휴식’ 루틴으로 몸을 만들었다. 이번 겨울은 달랐다. 일주일에 딱 하루만 쉬었다. 김 대표는 “류현진이 먼저 ‘주 6일 훈련을 해도 되겠느냐’고 문의해서 깜짝 놀랐다. 실제로 센터가 문을 닫는 금요일을 제외하면, 주말도 가리지 않고 나와서 하루에 5시간씩 정해진 스케줄대로 운동했다”고 전했다.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재활 중인 고교생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류현진(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 역시 동산고 2학년 때 토미존 서저리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 사진 54K스포츠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재활 중인 고교생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류현진(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 역시 동산고 2학년 때 토미존 서저리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 사진 54K스포츠

두 명의 조력자가 류현진의 재활훈련을 도왔다.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너인 장세홍 트레이닝 코치와 조학림 54스포츠 센터장이다. 류현진은 개인 일정을 최소화하고 오직 재활에 초점을 맞췄다. 김 대표는 “낮에 불가피한 일정이 있는 날엔 늦은 시간에라도 꼭 찾아와서 그날의 훈련 일정을 다 소화한 뒤에야 돌아갔다”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불평 한마디 없이 운동하는 모습에서 대단한 의지를 느꼈다”고 했다.

매일 반복되는 재활 스케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수술 부위 점검 및 관리, 팔꿈치 보강 운동, 유연성을 위한 고관절 운동에 이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쳇바퀴처럼 반복해야 한다. 국내 훈련 막바지에는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TP·Interval Throwing Program)을 시작했다. 김 코치는 “첫 단계인 10m 거리도 일반적인 ITP보다 더 조심스럽게, 천천히 시작했다. 수술 집도의에게 받아 온 스케줄에 따라 다음 단계(30m)까지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며 “따뜻한 미국에서 정상적인 속도로 거리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새해를 미국에서 맞은 류현진은 출국 전 "올해 7월 복귀"를 다짐했다. 연합뉴스

처음으로 새해를 미국에서 맞은 류현진은 출국 전 "올해 7월 복귀"를 다짐했다. 연합뉴스

류현진은 올해 후반기 마운드 복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출국 전 인터뷰에서 “정해진 일정을 잘 따른다면, 6월부터 재활 경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는 후반기에 돌아오는 게 목표”라며 “일단 7월만 바라보면서 (복귀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강력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수술한 뒤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져야 한다’는 단 하나의 생각만으로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며 “일단 목표로 잡은 기간 안에 복귀하고, 그 후에는 내가 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2019년 말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가 된다. 그러나 이번 겨울 류현진은 ‘FA 대박’이 아닌 ‘명예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투수의 자존심을 되찾는 게 그의 1순위 다짐이다. 올해의 첫 절반은 지루한 재활의 연속이겠지만, 그 시간이 무사히 지나가면 웃으며 나머지 절반을 맞이할 수 있다. 류현진의 계묘년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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