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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일자리만 줄었다…"배달로 400만원 벌어도 남는게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대의 일자리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고용 호조로 전 연령대에서 실업자가 줄었지만, 20대 실업자는 되레 늘었다. 전문직‧대기업에 가지 못한 청년이 실업자로 남고, 그간 호황을 누리던 플랫폼 일자리까지 꺾이면서다. 올해는 경기 둔화로 인한 ‘고용 한파’가 예고된 만큼 취업시장에서 청년층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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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분석 결과 지난해 11월 전체 실업자 수는 66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만8000명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20대 실업자는 1만7000명(7.6%) 늘면서 23만5000명에 달했다. 전체 실업자의 3분의 1 이상이 20대다. 20대 실업자 증가세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이어졌다. 같은 달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62만6000명 증가했는데, 20대는 되려 4000명이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청년 취업자 수 증감이 21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고용시장에 불었다는 ‘훈풍’은 20대를 비껴간 셈이다.

①일자리 미스매치…"취업 대신 공부"

올해 2월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는 이모(27)씨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처음 법학적성시험(LEET)을 봤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올해 또다시 공부할 계획”이라며 “취업이 조금 늦더라도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면 그 시간은 금방 따라잡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LEET 응시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LEET는 역대 가장 많은 1만3196명이 봤다. 이 중 80% 이상이 31세 이하다. 청년층 인구는 줄어드는데도 전문직 지원은 몰리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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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은 울상이다. 지난해 상반기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미충원 인력은 16만4000명으로, 전년 상반기(9만6000명)보다 6만8000명(71.3%) 늘었다. 미충원율이 14.7%로, 300인 이상 기업(5.6%)의 3배 가까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필요한 인력이 있어도 뽑지를 못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급여나 복리후생, 사회적 평판 등이 요즘 젊은이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중기 경영자들은 “외국인으로 겨우 인력을 충원할 뿐 젊은 세대의 지원은 사실상 뚝 끊긴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제한적인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20대는 당장의 취업 대신 공부·구직에 더 시간을 쓰다 보니 실업자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②플랫폼 노동, 호황 꺾이면서 이탈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 일자리를 뒷받침한 건 배달원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이다. 그러다 지난해 중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배달 증가세가 둔화한 데다, 배달원 수는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청년층의 플랫폼 노동 이탈도 가속화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노동자가 배달을 하는 모습. 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노동자가 배달을 하는 모습. 뉴스1

배달업 3년 차인 황모(30)씨는 주 50시간씩 일해 월 400~500만원 정도를 번다. 하지만 기름값·보험료·오토바이 유지비 등을 떼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황씨는 “피크타임(점심·저녁시간대) 기준으로 건당 8000~1만원까지 올랐던 배달수익이 몇 달 전부터 4000~5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배달 플랫폼이 소상공인·이용자한테 걷는 수수료는 그대로인데 배달원 대우는 나빠졌다”며 “주변에 이탈자가 나오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조사를 보면 플랫폼 종사자 수는 전년보다 13만4000명 늘어 80만명에 달했는데 다른 연령대와 달리 20대에선 11.3% 감소했다.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는 청년에겐 플랫폼 근로가 이전만큼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장기적인 임금 증가와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이 떨어지다 보니 플랫폼 노동에서 이탈해 구직을 준비하는 20대 실업자가 증가한 것이다.

③20대 줄고, 60대 증가한 인구구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대 취업자가 줄어드는 건 청년 인구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크다. 지난해 11월 20대 인구는 624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1000명(2.7%) 줄었다. 반대로 60세 이상 고령층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고령층과 청년층이 일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령층 노동력 활용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60세 이상 계속고용 법제 마련 등 정년 연장에 대한 본격적 검토에 들어가면서다. 은퇴 시기가 늦춰질수록 인건비 부담이 큰 기업 입장에선 청년층 신규 채용을 꺼리는 점도 20대의 고용에는 악재다.

여기에 직장에 얽매이는 것보다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하려는 요즘 20대의 직업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모두 긴축에 들어가면서 신규 채용이 줄었고, 노동시장이 경직되다 보니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도 강화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년연장까지 이뤄지면 일부 산업군에서는 일정 기간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 있기에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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