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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신년사는 없었다…재계 시무식 화두는 '위기극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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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에 새해 첫 해가 뜨고 있다. 뉴스1

2023년 계묘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에 새해 첫 해가 뜨고 있다. 뉴스1

재계가 ‘위기 극복’을 새해 화두로 삼았다. 주요 대기업 신년사에는 지난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긴장감과 위기의식이 짙게 배어 있었다. 최근 유행했던 메타버스(가상+현실세계) 방식이나 미니 콘서트 같은 ‘이색 시무식’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기업마다 구체적인 ‘레벨업 솔루션’을 담았다.

이재용, 2일 사장단과 만찬 예정  

삼성전자는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에 있는 삼성디지털시티에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열고 초일류 기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두 사람은 공동명의의 신년사에서 “현재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위상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품질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별도의 신년사도 없었다. 이 회장은 대신 이날 오후 삼성그룹 주요 사장단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주요 경영현안을 살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주요 사장단과 신년 만찬회를 이어왔다. 이 회장 역시 이날 주요 경영진을 격려하고, 위기 대비책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 모여 비상경영 관련 회의를 연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기존의 틀 깨는 의지가 중요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시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 몇 년 동안 지속된 지정학적 변수 등으로 올해는 도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며 “초격차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으로 세상의 혁신을 이끌고 있고, 이는 우리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위한 혁신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영구적 위기의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해야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

“위기는 기회의 싹이자 고마운 레이더”

대부분의 기업은 올 한해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이라 예측하면서도 ‘위기가 곧 기회’라는 데 주목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멈추거나 움츠러들기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조직 재정비도 주문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위기라는 말 속에는 기회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며 “기회 선점과 지속가능 경쟁력 확보 노력을 착실히 해나가면 포스코그룹은 더 크고 강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대응을 잘한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엄청난 격차를 벌렸다. 올해 얼마만큼 초격차 역량과 최고 인재를 확보해 담대한 미래 전략을 실행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위기의식은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고마운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하고, 레이더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위기에 대응하는 데 빈틈이 없어질 것”이라며 위기 대응을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조원태 한진 회장은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시장은 회복되는데 우리의 실적과 수익성은 오히려 저조해지는 ‘수요 회복의 역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모든 임직원이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코오롱은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최우수 사원이 신년사 작성과 발표를 맡았다. 최재준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부장은 이날 온라인 시무식에서 ‘이글이글(Eagle Eagle) 2023’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높이 날아올라 날카롭게 목표를 낚아채는 독수리(Eagle)처럼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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