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軍 서열1위 해임, 처형설 이영길 불렀다…김정은 '회전문 인사'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군 서열 1위였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비서가 해임됐다.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선 박정천(원 안의 인물)이 조직 문제에 대해 손을 들어 표결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노출됐다. 김 위원장이 박정천 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 서열 1위였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비서가 해임됐다.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선 박정천(원 안의 인물)이 조직 문제에 대해 손을 들어 표결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노출됐다. 김 위원장이 박정천 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해임하고 이영길 국방상을 기용한 것으로 놓고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대의 실력자들에 대한 '본보기식 숙청'을 서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최근 인사를 자신에 대한 충성 경쟁을 일으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2013년 12월 12일에 열린 특별군사재판 후 즉각 사형을 당했다. 북한 매체들이 밝힌 장성택의 혐의는 공화국 인민주권을 뒤집을 목적으로 감행한 국가전복음모행위로 공화국형법 제60조에 근거했다.사진은 장성택이 처형 직전 특별군사재판법정에 서 있는 모습. 뉴스1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2013년 12월 12일에 열린 특별군사재판 후 즉각 사형을 당했다. 북한 매체들이 밝힌 장성택의 혐의는 공화국 인민주권을 뒤집을 목적으로 감행한 국가전복음모행위로 공화국형법 제60조에 근거했다.사진은 장성택이 처형 직전 특별군사재판법정에 서 있는 모습. 뉴스1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 7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을 반혁명 분자로 몰아 숙청했다. 이듬해엔 고모부인 장성택을 '반당 반혁명 종파' 혐의로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숙청한 뒤 군사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행위'러 사형에 처했다.

그는 이후에도 '회의시 졸음(현영철 인민무력부장)', '회의시 자세불량(김용진 내각 부총리)', '이견 제시(최영건 내각 부총리)' 등 죄목으로 고위급 인사를 잔인하게 고사총과 화염방사기로 처형했다.

이러한 '공포정치'는 김 위원장 집권 초기 기강을 다잡는 토대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공포를 내세웠던 인사 스타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특정 사안의 책임을 묻더라도 충성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해임 및 강등과 재신임을 반복하는 일종의 '회전문 인사' 성격이 뚜렷해지면서다.

특히 박정천에 이어 이번에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이영길은 '회전문 인사'의 전형으로 꼽힌다.

강원도 최전방의 5군단장이었던 그는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진급을 거듭하면서 2013년 한국의 합동참모의장에 해당하는 군 총참모장에 올랐다. 하지만 2016년 2월 그가 총참모장에서 해임된 것이 확인되면서 일각에선 그의 '처형설'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과 행사들을 지휘했던 군 수뇌부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불러 기념촬영을 진행하는 모습. 김 위원장의 왼쪽에 박정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 오른쪽에 리영길 국방상이 자리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과 행사들을 지휘했던 군 수뇌부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불러 기념촬영을 진행하는 모습. 김 위원장의 왼쪽에 박정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 오른쪽에 리영길 국방상이 자리했다. 연합뉴스

한동안 확인할 수 없었던 이영길의 생사는 그가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으로 강등된 사실이 북한 매체를 통해 뒤늦게 나타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다 2018년 총참모장으로 다시 복귀한 뒤 이듬해 또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영길은 지난해 1월 한국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사회안전상에 임명된 데 이어, 이번에 김씨 일가를 제외한 군부 내 최고 권력자로 복귀했다.

당국은 김 위원장의 인사 스타일 변화의 시점을 3대 권력세습을 대내외에 공식화한 2016년 7차 당대회 전후로 보고 있다. '공포 정치'를 이어왔던 김 위원장은 이후 본격적으로 '승진→해임·강등→복권'을 반복하며 주요 인사들의 성과를 압박하는 동시에 충성경쟁을 부추기는 용인술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 해임된 박정천에 대해서도 "완전한 실각이나 숙청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2021년 10월 평양 3대혁명 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를 방문한 김정은 국위원장의 모습. 전람회장에 걸린 대형 사진(흰색 원)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흰 원수복을 착용하고 앉아 있으며, 박정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그 뒤에 서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021년 10월 평양 3대혁명 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를 방문한 김정은 국위원장의 모습. 전람회장에 걸린 대형 사진(흰색 원)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흰 원수복을 착용하고 앉아 있으며, 박정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그 뒤에 서 있다. 연합뉴스

실제 그는 이미 해임과 복권의 '회전문'을 거쳤던 경험이 있다.

박정천은 포병 사령관 출신으로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 군사 분야 가정교사 역할을 했다. 2021년에 열린 국방과학전람회장에선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걸릴 정도의 위상을 보였다. 그러다 그해 6월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 실패에 책임을 지고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실각했다.

당시에도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선 조직(인사)문제로 추정되는 표결에서 박정천과 이병철이 선거를 뜻하는 손을 들지 않은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박정천은 곧 신임을 얻어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이병철 역시 지난해 4월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복귀했다.

북한이 2021년 6월에 개최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정치국 성원을 해임했다. 이병철(오른쪽 원)과 박정천(왼쪽 원)이 선거를 뜻하는 손을 들지 않아 인사 대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북한이 2021년 6월에 개최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정치국 성원을 해임했다. 이병철(오른쪽 원)과 박정천(왼쪽 원)이 선거를 뜻하는 손을 들지 않아 인사 대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정천이 경우에 따라 권력의 전면에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집권 초기 공포정치를 거치며 자신에게 충성하는 완벽한 인재풀을 갖췄다"며 "책임져야 할 상황에선 책임을 묻지만, 자기에게 정치적으로 도전하거나 반기를 들지 않는 이상 숙청하지 않고 일정 기간 한직으로 돌렸다가 다시 발탁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