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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만에 이재명 손 맞잡은 文 “민주주의 절대 후퇴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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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다음 날인 지난해 8월 29일 이후 약 4개월여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천준호 당대표비서실장, 서영교·임선숙 최고위원 등을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와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민주당 지도부와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약 1시간 30분간 오찬을 하면서 새해 덕담을 주고받았다. 김정숙 여사가 끓인 평양식 온반과 김치, 막걸리가 제공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신년인 만큼 건강을 잘 챙기시라”는 안부 인사를 건넸고, 김 여사에게도 “한복 입은 모습이 보기 좋으시다”는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 사저 예방.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 사저 예방.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전협정이 70주년 되는 해인데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안보 불안 상황이 우려된다”며 “보다 단단한 평화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이 대표에게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면서 “진정한 치유가 필요하다”라고도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정부의 이태원 참사 수습에 대한 정부 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라고도 강조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 수사를) 딱 집어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시절 각종 의혹과 ‘쌍·대·성’(쌍방울, 대장동, 성남FC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 사저 예방.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 사저 예방. 사진 더불어민주당

문 전 대통령은 또 최근의 민생·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해서 우리 민주당이 민생경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똘똘 뭉쳐서 잘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면을 두고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께서 이 대표에 힘을 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당 지도부가 평산 마을회관부터 문 전 대통령 사저까지 약 150미터가량을 걸어가자, 밝은 색 저고리에 보라색 치마 한복 차림을 한 김 여사가 사저 2층에서부터 계단을 내려와 맞이했다. 당 지도부가 사저 정문을 통과해 계단을 올라가자, 양복 차림을 한 백발의 문 전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일일이 손을 맞잡았다.

회동이 마무리될 즈음 사저 안에서는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이재명 대표 힘내라”, “여사님 사랑합니다” 등의 외침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저 주변엔 이른 시간부터 이 대표의 지지자가 모여 “이재명 화이팅”을 연신 외쳤고, 이 대표는 예방 직후 지지자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화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 사저 예방.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 사저 예방.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년 인사회엔 불참했다. 불참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대표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한 뒤 “신년인사회, 여러 사람 인사하는 데 저를 오라고 했다고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천준호 비서실장은 “지난달 22일 오후 2시쯤 행정안전부로부터 신년인사회에 초청한다는 이메일이 왔다”며 “저희는 오늘 예정된 일정이 있어서 참석 불가하다는 내용으로 행안부에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가 그야말로 생사기로에 섰다. 그러나 정부가 과연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있는지가 더 걱정이다”라며 “정부·여당은 이태원 참사가 이대로 잊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사과나 진상 규명 의지는 자취를 감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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