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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수상한 그녀'에 반한 브로드웨이…美뮤지컬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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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 넘버 'Welcome to the Moulin Rouge!' 장면. 지들러, 니니, 라 초콜렛, 아라비아, 베이비돌, 듀크, 크리스티안, 로트렉, 산티아고 외 앙상블이 부른다. 사진 CJ ENM

뮤지컬 '물랑루즈!' 넘버 'Welcome to the Moulin Rouge!' 장면. 지들러, 니니, 라 초콜렛, 아라비아, 베이비돌, 듀크, 크리스티안, 로트렉, 산티아고 외 앙상블이 부른다. 사진 CJ ENM

“헤이 시스터, 고 시스터(Hey sister, Go sister)!”
팝스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부른 ‘레이디 마멀레이드(Lady Marmalade)’(2001)가 1890년대 프랑스 파리 뒷골목의 퇴폐적인 카바레 무대를 신명나게 열어젖히고, 엘튼 존의 감미로운 노래 ‘유어 송(Your Song)’(1970)이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속마음을 들려준다.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동명 영화(2001)가 원작인 뮤지컬 ‘물랑루즈!’가 지난해 연말 공연계 흥행을 장악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뮤지컬 ‘물랑루즈!’ 한국판이 지난 한 달간 전 분야 공연을 통틀어 유료티켓판매수 1위에 올랐다(1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집계).

K콘텐트 세계로 가다⑨ #亞초연 '물랑루즈!' 글로벌 공동 투자 #CJ 공연사업부 예주열 부장·최윤하 PD

NYT "'물랑루즈!' 화려한 밤의 무한대, 젊음의 파티"

CJ ENM 예주열 공연사업부장(왼쪽)과 최윤하 프로듀서(뉴욕주재원)를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페드블루에서 만났다. CJ ENM 공연사업부는 예 부장을 중심으로 총 15명의 인력이 작품별로 담당을 나눈 총 2개 팀과,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최 프로듀서 등으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사진 CJ ENM

CJ ENM 예주열 공연사업부장(왼쪽)과 최윤하 프로듀서(뉴욕주재원)를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페드블루에서 만났다. CJ ENM 공연사업부는 예 부장을 중심으로 총 15명의 인력이 작품별로 담당을 나눈 총 2개 팀과,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최 프로듀서 등으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사진 CJ ENM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식 개막한 오리지널 공연은 “화려한 밤이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듯한 젊음의 광란의 파티”(뉴욕타임스)란 호평과 함께 2021년 토니상 작품‧남우주연‧남우조연‧연출‧안무‧조명‧무대‧의상‧음향디자인‧편곡상 등 10관왕을 휩쓸었다.
미국‧호주‧영국‧독일을 거쳐 아시아 최초 공연하는 한국판은 오디션으로 선발한 배우(크리스티안 역 홍광호‧이충주, 사틴 역 아이비‧김지우)들을 제외하고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창작진이 직접 참여한 레플리카(원작의 음악과 안무‧의상‧무대‧소품까지 그대로 재현) 뮤지컬이다.
그러나 로열티(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여느 라이선스 공연과 다르다.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투자했기에 전세계 흥행 수익 일부가 한국에도 돌아온다.
2003년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 공동 제작사로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 CJ ENM은 2014년 ‘킹키부츠’를 시작으로 ‘빅 피쉬’ ‘보디가드’ 등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작품의 투자‧협업 파트너로 발을 넓혀왔다.

CJ ENM 공연사업부에 2006년부터 몸 담아온 예주열(45) 부장, 최윤하(42) 프로듀서를 ‘물랑루즈!’ 한국판 개막 전에 만났다. 2017년부터 이 뮤지컬을 준비해왔다는 이들은 “해외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물랑루즈!’는 여러 팝송을 활용한 매시업 뮤지컬이라, 원곡 사용료도 상당할 텐데.

예주열 부장(이하 예): “원곡 로열티만 다른 작품에 비해 1.5배 정도 된다. 한국 초연 제작비만 ‘킹키부츠’의 서너배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확신이 있었다. 무대‧조명‧안무 뿐 아니라 음악을 완전히 차별화해 한국에서도 호응이 있으리라 봤다.”
최윤하 프로듀서(이하 최): “한 곡에 저작권자가 8명인 경우엔 전원이 동의해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로웠다. 다행히 브로드웨이팀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뒤 한국에 들어왔지만, 한국어 번역 가사와 영어 가사를 조율하는 데만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서 권한은 어느 정도 되나.  

최: “최종 의사 결정권은 오리지널 창작자와 리드 프로듀서에게 있지만, 기본적으로 협의의 과정을 거친다. 브로드웨이 현지 회의에 자주 참석해 유효한 의견을 낼수록 발언권이 커진다. 2014년 뉴욕 사무소를 열고 제가 가 있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예: “한 예로 ‘킹키부츠’는 한국 커튼콜이 다르다. 브로드웨이에선 출연진이 무대 위에 서서 끝나는데 우리는 관객의 흥을 돋우기 위해 무대에서 내려오자고 연출에게 제안했는데 그게 호응이 좋아 브로드웨이에서도 시도해보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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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투자로 얻는 이득은 얼마나 되나.  

예: “투자 지분에 따른 수익, 그리고 투자 작품의 한국 공연권 확보다. 통상 신작 공연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 1년에서 1년 반 가량 걸리고 이후부턴 계속 수익이 창출된다. 한국판 공연은 대부분 초연부터 수익을 얻는다. 최종 목표는 우리가 직접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리드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다.”
최: “지금껏 배우는 자세로 미국‧영국의 선진화된 뮤지컬을 도입했다면 이젠 그들의 창작 능력과 아직은 영글지 않았지만 번뜩이는 한국의 창의력을 접목해서 함께 신작을 개발하고자 한다.”

황동혁 '수상한 그녀' 美브로드웨이 뮤지컬 나온다 

유럽 각국에서 공수한 소품 및 재료로 일일이 만든 화려한 무대 장치는 LED 무대 배경이 일반화된 최근 뮤지컬 무대에서 오히려 신선한 감흥을 일으킨다. 브로드웨이판 뮤지컬 무대를 고스란히 한국에 옮겨왔다. 사진은 뮤지컬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버전 공연 이미지. 크리스티안과 사틴의 넘버 'Your Song; 장면. 사진 CJ ENM

유럽 각국에서 공수한 소품 및 재료로 일일이 만든 화려한 무대 장치는 LED 무대 배경이 일반화된 최근 뮤지컬 무대에서 오히려 신선한 감흥을 일으킨다. 브로드웨이판 뮤지컬 무대를 고스란히 한국에 옮겨왔다. 사진은 뮤지컬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버전 공연 이미지. 크리스티안과 사틴의 넘버 'Your Song; 장면. 사진 CJ ENM

뮤지컬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버전 공연 이미지. 'Welcome to the Moulin Rouge!' (지들러, 니니, 라 초콜렛, 아라비아, 베이비돌, 듀크, 크리스티안, 로트렉, 산티아고 외 앙상블) 사진 CJ ENM

뮤지컬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버전 공연 이미지. 'Welcome to the Moulin Rouge!' (지들러, 니니, 라 초콜렛, 아라비아, 베이비돌, 듀크, 크리스티안, 로트렉, 산티아고 외 앙상블) 사진 CJ ENM

지난해 국내 뮤지컬 티켓판매액은 전체 공연분야의 76.2%인 4155억원을 기록했다. 400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최윤하 프로듀서는 “브로드웨이 연간 매출이 2019년 기준 2조원이 넘는 데 비하면 한국 시장 규모가 작지만 지난 20년간 주목 받는 시장으로 성장했다”면서 “한국은 콘텐트 소비가 활발하고, 다채롭고 역동적인 시장이란 인식이 있다. 이런 작품도 있나 싶을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대학로 어딘가에서 하고 있다. 나름의 팬층이 생겨 또 새로운 공연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어 “뮤지컬 마케팅 방식만 해도 오리지널을 주는 대로 받지 않는다. 매뉴얼대로 하지 않아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시도들을 해외에서 신선하게 본다”고 덧붙였다.

-K콘텐트 인기가 뮤지컬계에 가져온 변화가 있나.  

최: “브로드웨이는 영미권 백인이 아니면 진입하기 힘든 보수적인 업계다. 처음에 갔을 때만 해도 한국인이란 게 ‘핸디캡’으로 작용했는데 요즘은 ‘핫’한 프리미엄이 돼가고 있다.”
예: “한국 영화‧드라마가 뮤지컬화의 대상이 됐다는 게 큰 변화다. 디즈니‧워너브러더스가 자체 IP(지적재산)로 뮤지컬을 제작하는데, CJ도 그렇게 할만한 IP와 자본력을 갖췄다. CJ ENM 투자‧배급 영화 ‘수상한 그녀’의 경우 각본‧연출을 한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한 브로드웨이 프로듀서가 기내에서 우연히 보고 반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기획‧개발 중이다. CJ 자체적으로도 한국 영화‧드라마 원작의 뮤지컬을 두 작품 개발하고 있다. 쇼적인 측면이 강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인데, 하나는 시놉시스까지 나왔다.”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백투더퓨처’, 마이클 잭슨 전기 뮤지컬인 ‘MJ’ 역시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조만간 한국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예주열 부장은 “뮤지컬은 잘되면 길게는 30~40년까지 롱런할 수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연하는 글로벌 뮤지컬을 기획‧개발하는 게 궁극의 목표”라고 말했다. K뮤지컬의 영역을 세계로 넓히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뮤지컬 '물랑루즈!'에서 넘버 'Welcome to the Moulin Rouge!'. 지들러, 니니, 라 초콜렛, 아라비아, 베이비돌, 듀크, 크리스티안, 로트렉, 산티아고 외 앙상블이 부르는 주요 장면 중 하나다. 사진 CJ ENM

뮤지컬 '물랑루즈!'에서 넘버 'Welcome to the Moulin Rouge!'. 지들러, 니니, 라 초콜렛, 아라비아, 베이비돌, 듀크, 크리스티안, 로트렉, 산티아고 외 앙상블이 부르는 주요 장면 중 하나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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