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 대형면허 준비하시오”…만남의광장 ‘차떼기’ 전말 ⑫

  • 카드 발행 일시2023.01.03

12회.부끄러운 돈의 기억…차떼기·책떼기  

2022년 12월 말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이른바 ‘차떼기’ 용어가 탄생한 곳이다. 정확히는 ‘한나라당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사건!’ 2002년 대선 때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가 LG와 현대차 두 곳으로부터 1만원권 지폐로 100억~150억원이 실린 차량을 통째로 건네받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 불법 대선자금을 수금한 것을 지칭한다. 주차장 이곳저곳을 유심히 둘러봤지만 20년 전 그날의 흔적은 찾아볼 길이 없었다. 주차 중이거나 운행 중인 탑차는 간간이 있었으나 LG가 돈을 전달할 때 사용했던 2.5t 탑차는 보이지 않았다. 1t짜리 소형차들만 오락가락했다. 반면에 현대차가 사용했던 스타렉스 승합차는 여러 대가 눈에 띄었다.

2003년 송광수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대선자금’은 필요악처럼 여겨졌던 게 현실이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은돈의 대표선수는 ‘통치자금’이었다. 정치권력이 대기업들로부터 반강제로 받아 썼다. 정경유착이 만연한 풍토에서 가능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걸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민주화 이후엔 대선자금이 관행처럼 통용됐다. 대선 승리에 눈이 먼 여야가 너나 할 것도 없이 코가 꿰였다. 급기야 법적 단죄를 받게 됐다. 장소는 유구하건만 인간 군상들의 흔적은 온데간데없다니. 그렇다 해도 그날의 행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방대한 양의 대선자금 수사기록과 판결문, 그리고 관련자들의 기억에 각인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