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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러 자폭드론 맹폭…中 정찰드론에 日 전투기 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해 첫날 군사용 무인기(드론)가 세계 곳곳에서 위세를 부렸다. 러시아는 우크라니아 수도 키이우 등에 자폭 드론 수십 대를 동원한 공습을 감행했고, 중국의 정찰 드론이 처음으로 일본 오키나와(沖縄) 인근에 나타나면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북한군 드론의 남침 비행을 포함해 군사작전에서 드론의 역할과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지에 이란제 자폭 드론인 '샤헤드'를 이용한 공습을 감행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7일 키이우 상공에서 포착된 샤헤드-136 드론의 비행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지에 이란제 자폭 드론인 '샤헤드'를 이용한 공습을 감행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7일 키이우 상공에서 포착된 샤헤드-136 드론의 비행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일 새벽부터 키이우와 남부 헤르손, 서부 크멜니츠키 등지에서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와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공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공습으로 3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마지막 날에도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 수십 발에 키이우에서만 최소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의 무차별 드론 공격은 더 잦아진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전쟁 초기와 달리 러시아군이 병력 부족 등의 이유로 공격용 드론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의 주요 공격 수단인 ‘샤헤드-136’은 항속거리(최대 비행거리)가 2400㎞가 넘는 데다 대당 가격은 2만 달러(약 2500만원) 수준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드론을 자체 생산하는 것보다 이란제를 수입해 쓰는 게 더 유리한 셈이다. 또 한 발에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가 드는 미사일과 비교하면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월등히 뛰어나다.

다만 소총 사격에도 격추될 만큼 방어 역량은 떨어진다. 실제 우크라이나로 보낸 샤헤드-136 중 상당수가 공격에 실패하고 격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러시아의 드론 공격 상황과 관련해 “새해 첫날 밤 러시아가 발사한 샤헤드 드론 45대를 격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러시아는 드론 공격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무력화도 본격화했다. 러시아군은 이번 공습에서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 여러 도시에 산재한 드론 생산 시설도 목표로 삼았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공군기지 3곳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이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장을 급습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간 드론 공방전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드론 생산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군ㆍ산복합체 시설을 타격한 것”이라며 “드론을 만들어 러시아에 테러 공격을 하려는 우크라이나 정권의 계획은 좌절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찰드론, 주일 미군기지 인근서 비행  

같은 날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선 중국 인민해방군의 정찰 드론 ‘우전(無偵ㆍWZ)-7’ 1대가 나타나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군사용 드론이 주일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 주변을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통합막료감부(한국군 합동참모본부에 해당)에 따르면 우전-7은 1일 낮 동중국해 쪽에서 나타나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를 통과해 태평양으로 날아갔다. 이후 사키시마(先島) 제도 남쪽 해상에서 선회한 뒤 다시 같은 구간을 경유해 동중국해로 빠져나갔다.

일본 통합막료감부는 1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정찰형 무인기 ‘우전(WZ)-7’이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 해역을 통과했다며 비행 경로를 공개했다. 붉은 선이 우전-7의 비행 경로다. 사진 일본 통합막료감부

일본 통합막료감부는 1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정찰형 무인기 ‘우전(WZ)-7’이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 해역을 통과했다며 비행 경로를 공개했다. 붉은 선이 우전-7의 비행 경로다. 사진 일본 통합막료감부

‘중국판 글로벌호크’로 불리는 우전-7은 날개 넓이가 약 25m에 이르는 대형 드론이다. 비행 체공 시간은 10시간, 항속거리는 약 7000㎞ 정도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우전-7에 공대함 탄도미사일과 공대지ㆍ공대함 순항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실제 공격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우전-7이 영상정보(IMINT)·신호정보(SIGINT) 등을 수집하는 만큼 중국이 이번 비행으로 미국과 일본의 주요 군사시설을 정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키나와 본섬에는 미국의 해외 최대 군사기지인 주일 미군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가 있고, 미야코지마에는 중국을 겨냥한 자위대 미사일 부대가 주둔 중이다.

일본 통합막료감부는 1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정찰형 무인기 ‘우전(WZ)-7’이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 해역을 통과하는 비행을 처음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출격한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촬영한 우전-7의 비행 모습. 사진 일본 통합막료감부

일본 통합막료감부는 1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정찰형 무인기 ‘우전(WZ)-7’이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 해역을 통과하는 비행을 처음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출격한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촬영한 우전-7의 비행 모습. 사진 일본 통합막료감부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정찰 태세”라며 “중국이 일본과 한반도 주변에서 드론 중심으로 감시 체계를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군사용 드론 운영 능력이 높아지면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주창하는 ‘지능화 전쟁’(인공지능과 무인 무기체계 중심 전쟁 수행) 능력도 한 단계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일본이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직후 일본 열도 주변에서 중국의 군사적인 움직임은 더 과감해지고 있다.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전단은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해 미군의 서태평양 거점인 괌까지 항행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을 염두에 두고 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는 일본은 물론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까지 한꺼번에 노린 반발성 무력 시위라는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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