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녹록지 않은 계묘년 한국 경제, 그래도 구조개혁이 살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노동 등 3대 개혁, 야당과 이해관계자 설득이 관건    

내년 총선 향한 포퓰리즘 막으려면 재정준칙 필요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우선 세계경제가 좋지 않고, 그러니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도 어렵다. 정부는 올해 수출 감소(-4.5%)를 전망했다. 내수도 마찬가지다. 고금리 탓에 투자와 소비가 쪼그라들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역성장이 심해지고(-2.8%), 민간 소비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2.5%)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기업으로선 원가는 오르고 판매는 시들하니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어려움을 이겨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부채의 덫’에 빠진 가계는 고금리 이자를 갚느라 소비할 여력이 별로 없다. 주식과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지난해 1~9월 자산가치 손실이 969조원에 달했다. 자산이 줄어들면 소득이 그대로여도 소비가 준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부(富)의 효과’다. 수출도, 내수도 기댈 게 없으니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저성장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신년사에서 가계·기업 부채의 선제적 관리와 수출 총력전을 선언했다.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경제와 산업을 통한 연대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가치 연대’가 “지금의 외교적 현실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래도 중국 등 나머지 국가와의 관계에서 실리를 놓치는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기득권과 지대 추구를 비판하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다시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노사 법치주의’를 통한 노동개혁은 단기적으로 노사 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경영계의 불만을 줄이고 투자 의욕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도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교육개혁은 지역 균형발전으로 연결되고,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연금개혁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고 미래세대의 주인공인 청년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러나 하나같이 쉽지 않은 일이다. 입법 과제가 대부분이라서 야당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 특히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거센 노동개혁은 추진 전략을 잘 짜나가야 한다. 노동개혁의 핵심인 근로시간제도 개선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 번에 모든 과제를 해결하는 ‘빅딜’에 연연하지 말고, 방망이 짧게 잡고 ‘스몰딜’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게 좋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경제정책이 정치 바람을 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경제 침체가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면 추경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습관성 추경을 반복한 야당뿐 아니라 선거를 앞둔 정부·여당도 돈 푸는 데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급락은 막아야겠지만, 인위적인 경기 부양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발 포퓰리즘이 걱정된다면 지난해 국회 처리가 무산된 재정준칙 법제화를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