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탄두 늘려라”…국방부 “핵 사용땐 북 정권 종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敵)’으로 규정하면서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과 핵탄두 보유량 확대를 지시했다. 이에 국방부는 1일 “북한이 만일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에 이어 2023년에도 남북한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고에서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기본 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핵무력 법제화 등을 통해 밝힌 유사시 핵 선제공격 사용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 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열린 초대형 방사포(KN-25) 증정식에 참석해 “군수노동계급이 600㎜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우리 당에 추가로 인도했다”며 “이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세 발을 검수 사격했고, 1일 새벽에는 한 발을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또 보고에서 신속한 핵 반격 능력을 사명으로 하는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과업으로 제시했다. 새 ICBM 개발은 고체연료를 쓰는 ICBM 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일 보고에서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2022년 각종 핵 타격 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 수준으로 자주 들이밀면서 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한편 일본, 남조선과의 3각 공조 실현을 본격 추진하면서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록을 형성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는 데 맞게 강대강, 정면 승부의 대적 투쟁 원칙에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욱 확실하게 다지는 행동으로 넘어갈 데 대한 구체화된 대미, 대적 대응방향이 천명됐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미국과의 협상보다는 중국·러시아와 함께 미국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대강 정면 승부 원칙을 고수하고,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1일 북한의 핵 공격 위협과 관련해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해치는 도발적 언사”이며 “북한이 만일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국과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레이더 정보를 즉시 공유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철재·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