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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해 최선의 재테크? 빚갚기와 예금쇼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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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기업 직장인 30대 노모씨는 최근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 파킹 통장을 개설하고 여윳돈을 몰아넣었다. 곧 만기가 찾아오는 정기예금은 금리가 더 높은 예금상품으로 갈아탈 계획을 이미 세워 뒀다. 지난해 혹시 몰라 개설해둔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에 대해서는 “당분간 갖고는 있겠지만, 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오른 금리가 올해 가계 자금 운용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02조6670억원(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021년 말(910조1049억원)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2003년 이래 처음으로 전년 말 대비 감소세다.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대출금리의 영향으로 불어난 이자 부담의 영향이 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력이 되는 대출자는 신용대출부터 서둘러 갚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개인에게 내준 신용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 총 121조588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9%(17조9684억원) 줄었다.

동시에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도 연 4.29%로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에 ‘빚 갚기’가 최선의 재테크 수단 중 하나가 되고,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상품을 찾아 ‘예금 쇼핑’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 배경이다.

올해도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시장에선 올해 기준금리가 3.7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계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빚부터 갚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올해 부동산 투자도 금리 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3.5%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라면 주택 구매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해 주목할 금융상품으로 채권을 꼽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 기조가 정점을 통과하면 채권 가격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최근 투자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 국채금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종반부에 정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후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채권금리는 하락(채권가격 상승)하므로 현 금리 수준에서 채권 확보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개인의 채권 매수액이 늘어난 것도 채권과 같은 현금성 자산의 가치 상승을 점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달러화에 대해 SC제일은행은 “향후 6~12개월 관점에선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분할 매수에 들어가도 좋다”며 “내년 원화가치가 오르더라도, 1200원 후반대가 꼭짓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은 내년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올해 역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 인상에, 기업 실적 둔화, 유동성 악화,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악재가 많아서다. 국내 증권사 대다수는 올해 코스피의 등락 예상 범위를 2000∼2600대로 보고 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물가·경기·금융 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준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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