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다려라 항저우”…진천의 겨울은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선수촌 운동장에서 상의를 벗은 채 새벽 훈련을 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맨 몸에서 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선수들의 의지는 막을 수 없다. 고봉준 기자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선수촌 운동장에서 상의를 벗은 채 새벽 훈련을 하는 국가대표 선수들. 맨 몸에서 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선수들의 의지는 막을 수 없다. 고봉준 기자

체감온도 영하 15도의 이른 새벽.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대운동장엔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유도·펜싱·체조 등 100여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어둠을 가르면서 트랙 위를 달렸다. 온몸에 흐르는 굵은 땀이 하얀 김이 돼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하나둘 패딩 재킷을 벗어 던졌다. 시간이 흐르자 여기저기서 “악” 소리가 터져나왔다.

2022 도쿄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안바울(29)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할 수 있다. 끝까지!”를 외치며 선두에서 동료 선수들을 이끌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앞둔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선수촌의 풍경이다. 카타르월드컵에서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이뤄낸 대한민국 스포츠는 새해에도 숨가쁜 레이스를 이어간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3월), 여자월드컵(7월),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차례로 열린다.

아시안게임·WBC 등 굵직한 대회 줄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올해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다. 중국 항저우에서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린다. 당초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다. 총 43개 종목에서 금메달 483개를 놓고 경쟁한다. 한국은 중국·일본과 각축을 벌인다. 이 대회는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기량을 점검하는 최종 리허설이기도 하다. 유도 남자 66㎏급의 안바울을 비롯해 육상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27), 수영 경영의 황선우(20), 기계체조의 여서정(21), 양궁의 안산(22)과 김제덕(19) 등이 금빛 레이스를 이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도마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은 “도쿄올림픽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새해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서정은 항저우에서 2연패를 노린다. 여서정은 “2022년에는 부상이 많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는 안바울도 대표적인 훈련인 ‘로프(밧줄) 타기’를 하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손아귀와 팔 힘에만 의지해 5m 높이의 밧줄을 잽싸게 오르내렸다. 왕복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다른 한쪽에선 남자 60㎏급 전승범이 하체를 단련 중이었다. 키 1m62㎝로 경쟁자보다 6~7㎝ 작은 전승범은 데드리프트(몸을 굽혀 역기를 잡고 상체를 세우는 훈련) 190㎏을 든다. 다른 선수보다 20㎏ 정도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린다. 안바울은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지옥 훈련 시간도 늘어났다. 기다린 만큼 목표는 당연히 2연패”라면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선 중국이 안방에서 메달을 싹쓸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일본과 2위를 다툴 전망이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일본에 24년 만에 2위를 내주고 3위로 밀렸다.

체조 요정 여서정 “몸 회복” 2연패 목표

야구도 올해 굵직굵직한 국제 대회에 잇달아 출전한다. 3월 일본과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상위권 입상에 도전한다.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6개 나라가 출전한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머물러 메달을 따지 못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코로나19 여파로 6년 만에 열리는 5회 WBC에서 한국 야구의 부활을 다짐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들까지 끌어모아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예정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의 신화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야구는 올해 황금기 부활을 노린다. 한국은 일본·호주·중국·체코와 3월 9~13일 B조 1라운드를 치른다. 한국과 일본은 2009년 대회 이래 14년 만에 WBC에서 같은 조에 편성됐다. 운명의 한·일전은 3월 10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열린다. B조 1, 2위는 대만·쿠바 등이 경쟁하는 A조 1, 2위와 3월 15~16일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이 8강전을 통과하면 전세기를 타고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넘어가 미국·도미니카공화국 등 C, D조의 강호들과 맞붙는다. 3월 20~22일 4강전이 열린다.

영국인 지도자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는 7월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 개최하는 여자 월드컵(7월 20일~8월 20일)에서 8년 만의 16강 진출을 꿈꾼다. 한국은 독일·모로코·콜롬비아와 H조에 편성됐다. 여자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지난해 남자대표팀에 이어 남녀 동반 16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