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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바꾼 코스닥 기업 68곳 중 44곳, 악재 겪고 사명변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쌍용차 인수 먹튀’ 의혹을 받고 있는 에디슨EV는 지난해 6월 스마트솔루션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회사는 관계사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전에 동원돼 회사채 800억원을 발행했는데, 검찰은 주가 폭등을 유도해 불법 이익을 취득했다고 보고 강영권 전 에디슨EV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반도체 부품사 에스에이치엔엘(현 아래스)은 상장폐지 심사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이익을 부풀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플랜트 설비 사업을 하던 에이치엘비파워는 티에스넥스젠으로 사명을 변경했는데,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 중이며 자본 잠식 상태다.

 그것이 알고싶다 PD 출신인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 겸 에디슨EV대표가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한 모습. 현재 강 전 대표는 검찰에 구속기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자신을 향한 혐의를 부인했다. 인터넷 캡처

그것이 알고싶다 PD 출신인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 겸 에디슨EV대표가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한 모습. 현재 강 전 대표는 검찰에 구속기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자신을 향한 혐의를 부인했다. 인터넷 캡처

중앙일보가 1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사명을 바꾼 코스닥 업체는 모두 68곳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영문 철자나 오자를 변경한 기업은 제외한 숫자다. 사명을 바꾼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나 회사 분할·합병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혼돈이 생길 수 있다.

사명을 바꾼 기업 중 실적 악화, 경영권 분쟁, 경영진의 형사 기소 등 악재에 휘말린 기업은 44곳으로 64%를 차지했다. 두 번 이상 회사 이름으로 바꾼 곳도 12개사나 됐다. 수성이노베이션은 EV수성으로, 다시 수성샐바시온으로 지난해에만 두 번 상호를 변경했다. 스마트솔루션즈 관계사인 유앤아이도 지난해 에디슨이노로, 다시 이노시스로 상호를 두 번 바꿨다.

스포츠 관련 NFT(대체불가토큰) 사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기업 블루베리NFT는 지난달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의 전신은 한때 ‘세계 1위 콘돔 제조사’로 유명했던 유니더스다. 2017년 이후 신규 사업과 인수·합병(M&A) 등으로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바이오제네틱스(2017년), 경남바이오파마(2020년)를 거쳐 2021년 블루베리NFT가 됐다가 다시 사명을 바꾼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사명을 변경한 기업 중 투자자 보호 목적,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으로 현재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8곳이다. 정지가 해제된 곳까지 포함하면 15곳이다. 상장 폐지된 업체가 3곳, 자본 잠식 상태인 기업은 5곳이다. 물론 사명을 변경한 기업이 모두 악재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순 없다.

애플컴퓨터는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사명을 애플로 바꿨다. 개인용 컴퓨터(PC) 업체에서 테크기업으로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오래된 기업 이미지를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했으며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만난 쌍용차는 KG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이유가 납득하기 어렵거나 너무 잦은 사명 변경은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규모가 작고 정관 변경도 상대적으로 쉬운 코스닥 업체에서 사명 변경을 악용하는 사례가 더러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횡령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새 기업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거나, 바이오 등 유망 업종을 사명에 넣어 우량한 기업처럼 보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름만 보고 투자하지 말고 꼭 과거 회사 이력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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