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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힌남노 사태' 막자…포항, 6년째 표류 항사댐 건설 시동

중앙일보

입력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지난해 9월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옆 공장 지반이 유실되면서 건물이 하천 쪽으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지난해 9월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옆 공장 지반이 유실되면서 건물이 하천 쪽으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경북 포항시를 덮쳤다. 남구 오천읍 지역에 시간당 최대 101㎜의 폭우가 쏟아졌고 오천읍을 통과하는 길이 약 19㎞의 하천인 ‘냉천’이 범람해 주변에 큰 피해를 남겼다. 특히 냉천 인근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 쪽으로 불어난 물이 쏟아져 흐르면서 7명이 숨지기도 했다.

태풍 피해 몰린 포항 냉천…급속도로 범람

당시 냉천은 인명 피해를 키운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냉천은 평소엔 ‘마른 하천’으로 불린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량이 적어서다. 하지만 폭우에 하천 수량이 무섭게 불어났다. 하천 상류는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대지만 하류 구간은 바다와 바로 만나는 지형으로 낙차가 심하고, 동해 만조 시기까지 겹치면 냉천은 적은 비에도 쉽게 범람한다.

게다가 냉천 하류에 철강산업단지와 주거 밀집 지역이 자리 잡고 있어 범람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실제 창립 이래 처음 전면 가동 중단 사태까지 발생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냉천이 동해로 빠져나가는 구간 바로 옆에 있다.

지난해 9월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단지 인근에 위치한 냉천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범람해 아파트단지 앞마당까지 흘러넘쳐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단지 인근에 위치한 냉천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범람해 아파트단지 앞마당까지 흘러넘쳐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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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오천읍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폭우 때 ‘대형 물그릇’ 역할을 해줄 댐 건설을 요구해 왔다. 냉천 최상류에 소규모 댐(항사댐)을 건설하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국토교통부의 소규모 댐 지원 때도 신청서를 제출해 2017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규모 5.4 지진이 발생해 댐 붕괴 위험성이 제기되며 사업은 6년째 표류 중이다.

태풍 후 항사댐 건설 속도…2025년 착공

지난해 포항을 덮친 힌남노는 그동안 답보 상태였던 항사댐 건설에 불씨가 됐다. 워낙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항사댐 건설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2022년 ‘제7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와 사업 적정성 검토가 면제됐다. 국비 19억8000만원도 확보했다.

포항시는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 높이 50m, 길이 140m, 저수 용량 476만t 규모 댐을 짓는 행정절차에 돌입했다. 이달부터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반영,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 수립·고시 등 행정절차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한다. 항사댐은 2025년 공사에 들어가 2029년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난 포항시가 냉천 상류인 남구 오천읍 항사리 일대에 건설할 항사댐 조감도. 사진 포항시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난 포항시가 냉천 상류인 남구 오천읍 항사리 일대에 건설할 항사댐 조감도. 사진 포항시

앞서 포항시는 2019년부터 중앙부처를 수차례 방문해 항사댐 건설 사업 추진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덮친 직후에는 환경부장관·기재부장관 등 현장 방문 시 사업촉구를 건의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갈수록 강력해지는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부터 소중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하천 정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홍수조절 기능을 갖춘 댐 건설을 통한 치수대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소 건설에 따른 인공지진이었다”며 “향후 자연지진에 따른 항사댐의 붕괴 위험성은 낮으나 건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안전 문제와 관련해 세밀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냉천 수변공원 철거…문제 교량 재가설도 

이와 함께 경북도와 포항시는 또 다른 범람 원인으로 지목된 수변공원도 철거한다. 수변공원에는 ‘냉천 고향의 강 사업’으로 조성된 산책로, 꽃나무,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또 일부 구간은 인근 주민과 포항제철소 직원 등이 사용하는 주차장도 있다. 냉천 주변 시설물을 철거, 물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9월 18일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 지역인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을 방문해 피해 현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9월 18일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 지역인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을 방문해 피해 현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하천 범람 시 부유물을 가로막았던 교량들도 물길에 방해되지 않도록 재가설하기로 했다. 특히 하천 폭이 급격히 좁아지는 냉천교 일대는 차수벽을 설치한다. 냉천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3문 앞에 놓인 교각으로, 태풍 당시 냉천 물줄기를 막아 인근 대형마트와 포항제철소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한편 정부는 태풍 힌남노 피해와 관련한 총 재산피해를 2440억 원으로 집계했다. 경북 포항·경주 지역 등 도심 저지대 주택 5105세대, 소상공인 1만42개 업체의 침수피해와 함께 농경지 338.6ha가 유실·매몰됐다. 또 도로·교량 155건, 산사태 96건 등 1706개의 공공시설에 손해를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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