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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적으로 본 '北무인기 목표'...용산 노리고 부근까지 왔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6일 수도권 상공을 비행한 북한 무인기의 목표물이 용산 대통령실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에 보고한 ‘적 무인기 식별 및 대응’ 자료에 적시된 무인기 비행경로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실에서 분석한 결과다. 의원실은 합참 자료를 구글 어스 지도에 대입해 무인기 항적을 재구성했다.

본지가 입수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는 이날 오전 개성 남서쪽 지역에서 남하한 뒤 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에 처음 포착됐다. 이후 서울을 향해 4~5시 방향으로 기수를 틀고는 시속 100㎞ 속도로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시를 거쳐 서울 북서부로 진입했다. 무인기는 서에서 동으로 서울을 관통해 용산을 지나 광진구 상공에서 유턴한 뒤 남하한 길로 되돌아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 의원은 “합참에서 제출받은 항적을 구글 어스의 인공위성 사진과 대조해본 결과 북서쪽에서 접근한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북쪽 상공을 지난 뒤 선회해 돌아갔다”며 “이는 처음부터 대통령실 일대를 목표점으로 삼고 내려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무인기가 대통령실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외곽을 고도 3㎞ 정도로 비행했고, 그 사이 대통령실 일대와 서울시내 고층 건물의 옥상 시설 등을 촬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당일 무인기가 레이더 포착과 소실을 거듭했는데 국회에 제출한 항적 자료는 레이더에 포착된 지점들을 선으로 이어 그린 것”이라며 “무인기가 용산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진입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북한이 탐지와 요격 시설이 잘 갖춰진 대통령실의 바로 위 상공은 피하면서도 최대한 목표물에 근접해 관련 시설을 촬영할 수 있는 하늘길을 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군 당국이 무인기를 요격하거나 촬영 장비를 확보하지 못해 북한이 실제 촬영에 성공했는지 여부나 어느 정도 해상력을 갖춘 장비를 탑재했는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

합참 작전본부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무인기의 항적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투축선과 거의 동일하다”며 “파주-문산 축선으로 공격하는 (북한의)기계화 부대와 김포반도, 인천, 남양만 일대에 상륙하는 북한군 특수부대의 작전을 위한 정보 수집 차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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