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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흑자+상장=새벽배송+퀵커머스’…오아시스, 더블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사진 오아시스마켓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사진 오아시스마켓

‘얼죽아’(얼어 죽을 것 같아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얼죽상’(얼어 죽을 것 같아도 상장)이다. 글로벌 불경기와 고금리로 자본시장과 커머스 업계에 최강 한파가 몰아쳤지만, 오아시스마켓이 아랑곳하지 않고 상장에 나섰다. ‘새벽배송 흑자’라는 두툼한 방한복을 걸쳤다.

무슨 일이야

30일 새벽배송 전문업체 오아시스마켓은 전날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3개월 만이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중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대표주관회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이게 왜 중요해

‘새벽배송 + 퀵커머스’ 동반 흑자가 가능할지, 시장은 주목한다. 오아시스마켓의 상장 추진에는 ‘퀵 커머스 진출’이라는 뚜렷한 방향이 있어서다.

여타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지만, 오아시스마켓 측은 “단지 자금 때문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회사는 유기농 농산물 등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다가 지난 2018년 새벽배송을 시작하고도 줄곧 흑자를 냈다. 지난 2월과 6월 홈앤쇼핑과 이랜드로부터 각각 100억원과 330억원의 투자도 유치해 자금이 안정적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런데도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내년 1분기 출시할 퀵커머스 ‘브이마트’ 사업을 위해서다. 퀵커머스는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 소형 물류센터를 구축해 식료품·생필품·화장품 등을 주문 1~2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장보기 서비스다. 원래는 배달대행사 메쉬코리아(‘부릉’ 운영사)와 합작사를 세워 브이마트를 운영하려 했으나, 메쉬코리아가 자금난을 겪자 메쉬 측 지분 전량을 오아시스 관계사인 실크로드가 인수했다. 결국 자력으로 퀵 커머스를 전개하는 상황이다.

새벽배송과 퀵커머스는 모두 대형 투자가 필요한 업종이다. 새벽배송은 신선유통 체인과 야간 근로 등 물류·노동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새벽배송 경쟁사인 컬리와 SSG닷컴은 지난해 각각 2177억원과 10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퀵커머스 역시 땅값 비싼 도심에 소규모 물류센터를 여럿 갖춰야 하므로 고정 지출이 크다. 오아시스마켓은 수도권 62곳의 오프라인 직영매장을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고, 추가 확보한 4곳의 전용 물류센터도 가동할 계획이다.

오아시스는 어떤 회사

코스닥 상장사인 IT업체 지어소프트가 오아시스마켓 지분 55.17%를 보유했다. 그런데 IT기업이 신선식품 이(e)커머스를 시작한 게 아니라, 거꾸로 농산물 유통업에서 IT업을 추가한 격이다. 오아시스마켓 창업자인 김영준 이사회 의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개인 사업에 성공한 뒤 협동조합식 농산물 유통 ‘우리생협’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고 이후 2011년 상장사인 디지털오션(현 지어소프트)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마켓의 흑자 비결은 ‘농업유통 + IT’라는 태생에 기반을 둔다. 회사는 기존에 보유한 신선식품 네트워크에 지어소프트가 구축한 IT 인프라를 활용한다. 오아시스 물류센터에서 발주·입고·보관·진열·포장·배송 등 전 과정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오아시스루트’도 지어소프트가 개발했다. 오아시스마켓 올해 1~3분기(누적) 실적은 매출 3118억원, 영업익 77억원, 당기순익 30억원.

시장에 유동성이 넘칠 때도 마케팅비 등 지출에는 보수적이었다. 오아시스의 2021년 광고선전비 지출은 12억원으로, 매출의 0.3%에 해당한다. 같은 해 SSG닷컴과 컬리는 광고선전비에 각각 543억원(매출의 3.8%)과 435억원(2.8%)을 지출했다.

이걸 알아야 해

커머스 시장과 증권 시장 모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새벽배송 1위 기업 컬리는 지난 8월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아직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안에 내지 않으면 승인 효력이 사라지므로 내년 2월이 기한이다. 당초 ‘2022년 상반기’였던 상장 계획이 1년 가까이 연기된 상태.

그간 11번가·티몬·SSG닷컴 등 커머스 기업들이 상장을 숙원 사업으로 여겼으나, 지난해 3월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외에는 성공 사례가 없다. 커머스 업계가 오아시스마켓의 상장 움직임을 주목하는 이유다.

신선식품 위주인 오아시스가 규모를 키워가면서 흑자를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쿠팡은 공산품으로 수익을 내며 신선식품(로켓 프레시) 분야의 손실을 줄여가는 구조고, 컬리는 최근 ‘뷰티 컬리’를 출시하는 등 가전·호텔·여행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신선식품은 재고 손실이 발생하는 데다,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 이윤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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