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각자도생' 나선 中…"산소발생기 2배 줘도 못 구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각자도생' 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나선 중국인들이 크게 늘면서 '의료기 품절 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이후 환자 폭증으로 병원 치료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원·보건소 등 의료기관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중국 가정에서 각자 알아서 의료 장비 비축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의료기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데, 특히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산소 발생기는 돈을 줘도 못 구하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전신 방역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산소 탱크를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전신 방역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산소 탱크를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SCMP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중국 내 산소측정기 매출은 지난달보다 두 배나 뛰었다. 중국 장쑤성의 의료기기 업체인 위웨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를 통해 이달에만 산소발생기 2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재고가 바닥난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헬스케어 업체 옴론의 중국판 공식 온라인 사이트에선 체온계·산소측정기·산소발생기 등이 모두 동났다.

의료기를 확보하지 못한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IT 기술자 황리펑(30)은 "당뇨 환자인 아버지(60)를 위해 산소발생기 구매를 망설였는데, 1주일 새 가격이 기존의 두 배인 1580위안(약 29만원)으로 뛴 데다가 그마저도 품절이 됐다"고 신문에 하소연했다.

코로나19에 걸린 노인 환자가 '침묵성 저산소증'에 빠지기 쉽다는 보도를 접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산소포화도 측정기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에 걸린 노인 환자가 '침묵성 저산소증'에 빠지기 쉽다는 보도를 접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산소포화도 측정기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산소'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고령층이 빠지기 쉬운 '침묵성 저산소증'과 관련이 있다. 저산소증이 오면 신체조직에 산소가 부족해 체내 산소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지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인체 기관이 손상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른다.

그런데 노인들은 평소에 산소 농도가 낮은 상태로 생활하다 보니 몸이 산소를 빼앗기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침묵성 저산소증'에 빠지기 쉽다. 황원샹 충칭병원 노인의학과장은 SCMP에 "침묵성 저산소증 환자는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5% 수준"이라며 "고령층의 산소포화도(혈액 안의 산소 농도)를 수시로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유명 인사의 체험담이 산소 관련 의료품 품귀 사태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CCTV 앵커 출신으로 현재 지식서비스 업체 대표인 판덩은 최근 부친의 사망 사례를 들며 저산소증을 소개했다.

그는 "산소포화도가 88%여서 즉시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곧 60%까지 떨어졌다"며 산소포화도 수치를 잘 모니터링할 것을 권했다. 산소포화도 81~90%의 경우 저산소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오고, 80% 이하일 경우 매우 심각한 저산소증이다.

중국 전 CCTV 앵커였던 판덩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고령층은 산소포화도에 특히 주의하라"고 썼다. 웨이보 캡처

중국 전 CCTV 앵커였던 판덩이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고령층은 산소포화도에 특히 주의하라"고 썼다. 웨이보 캡처

한편 로이터통신은 영국의 보건데이터 업체 에어피니티를 인용해 중국의 일일 코로나19 사망자가 90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에어피니티는 보고서를 통해 이달 1일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10만명, 감염자는 1860만명으로 추정했다. 또 내년 1월 13일께 중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가 370만명을 기록해 첫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각자도생식 중국의 코로나 대처법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