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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그깟 추위가 대수랴…겨울 골프의 맛

중앙일보

입력

[퍼즐] 서지명의 어쩌다 골퍼(10)  

야외에서 하는 많은 스포츠가 그렇지만 골프만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포츠가 또 있을까. 비와 바람도 그렇지만 더위와 추위도 골퍼들에게 쥐약이다. 특히 추위만큼은 웬만한 열정 골퍼들도 감내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골퍼들에게 겨울은 비수기다. 추운 날씨 때문이다. 동계기간에는 휴장하는 골프장도 많다. 그래서 골퍼들끼리 “올해 시즌오프 했어”라는 식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잔디는 누렇고, 땅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다. 아무래도 누런 잔디 위에서 치는 게 초록한 잔디 위에서 치는 맛보다 덜할 것이며, 얼어 있으면 볼이 튀어 치기가 어렵고 녹으면 녹은 대로 발이 질퍽거리기 일쑤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눈은 또 어떠랴. 눈이 오면 골프장은 운영을 위해 눈을 페어웨이 가장자리로 쓸어내는데 기온이 내내 영하권을 맴돌다 보면 녹지 않은 눈이 쌓여 가뜩이나 좁은 페어웨이가 더욱더 좁아진다. 게다가 추우면 몸이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추워서 옷을 껴입다 보면 샷도 잘 안 될뿐더러 얼은 땅 위에서 샷을 하다 보면 부상의 위험도 높다. 공이 엉뚱한 곳으로 튀어 날아가거나 눈 위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공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골프에 바짝 재미가 붙었는데 겨울이라는 이유로 쉬려니 아쉽기도 하다. 그까짓 추위가 대수더냐.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얼음팩을 머리에 이고 지고 얼음을 아작아작 씹어가면 라운딩을 했는데 추운 겨울이라고 못할 게 뭐냔 말이다. 해가 비치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안 춥다, 그늘집에서 먹는 정종과 어묵의 맛을 모르는 자는 자고로 진정한 골퍼라고 할 수가 없다(?), 눈 오는 날 눈 쌓인 그린 위에서 퍼팅하면 공이 굴러가다 눈이 뭉쳐져 눈사람만큼 커지는 거 못 봤냐(?)는 식의 이상하고 다양한 썰들에 혹하기도 했다.

쌓인 흰 눈 위로 떨어진 골프공

쌓인 흰 눈 위로 떨어진 골프공

실상은 골프를 치지 않을 이유가 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겨울골프의 맛을 꼽아보자면 가성비다. 그린피가 봄이나 가을 시즌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그린피를 특가로 내놓기도 하고 식사 포함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국 회원사 골프장의 2022~2023년 동계 혹한기 휴·개장 현황을 조사한 결과 73개 골프장이 휴장 없이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하나 예측 불가한 맛(?)이 있다. 땅이 얼어 있다 보니 공이 잘 튄다. 언 땅 위에 떨어진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 예를 들면 300m 파4홀에서 친 티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진 뒤 통통 튀어 그린 근처에 떨어지는 식이다. 어찌 보면 겨울골프는 실력보다 운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스코어는 장담할 수 없다.

눈밭에서 치다 보면 쌓인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그림처럼 흩날린다. 그야말로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다. 눈 덮인 환상적인 설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즐길 수 있다. 해가 뜨면 다행인데 해가 없는 날 바람까지 불기 시작하면 눈물 콧물이 흐르고 손과 발은 꽁꽁 얼어 샷은 커녕 움직이기도 쉽지가 않다. 후반으로 갈수록 추워서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어렵사리 18홀을 돈 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면 천국이 따로 없다.

눈밭에서 치다 보면 쌓인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그림처럼 흩날린다. 눈 덮인 환상적인 설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즐길 수 있다.

눈밭에서 치다 보면 쌓인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그림처럼 흩날린다. 눈 덮인 환상적인 설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즐길 수 있다.

다만 겨울골프를 슬기롭게 즐기기 위해서 알아둘 게 있다. 새벽 타임의 첫 티는 최대한 지양한다. 새벽녘에 겨울 찬바람이 얼마나 추운가. 최대한 새벽 칼바람은 일단 피하고 보자. 땅도 더 얼어 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땅도 새벽 대비 녹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겨울에 5시간가량 외부에서 골프를 즐기려면 철저한 방한 대비가 필수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고 특히 손과 발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겨울용 장갑이나 핫팩 등을 준비하는 게 좋다. 목과 귀를 비롯해 필요하면 얼굴 전반을 감싸주는 아이템으로 마련하자.

추운 겨울 날씨 특성상 몸이 굳은 상태에서 몸을 무리하게 움직였다간 손목, 허리, 어깨, 무릎, 목 등에 부상을 입거나 이미 부상을 입었던 곳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꼼꼼하고 충분한 준비 운동이 중요하다.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팔, 어깨, 손목, 허리, 목 등 몸 전체를 스트레칭하고 라운딩을 하면서도 틈틈이 스트레칭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골린이에게 겨울골프는 몹시 매운맛이다. 따뜻한 실내 스크린 골프장에서 좀 더 단련해야겠다. 장비도 점검하고 실력도 갈고닦을 수련의 시간으로 삼아야지. 따뜻한 봄이여 어서오라!

골린이 Tip

겨울골프 요령

1. 하프스윙으로 부드럽게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평소보다 몸이 위축된 경우가 많다. 풀스윙보다는 3/4 또는 하프스윙 정도로 평소 대비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스윙을 하자.

2. 클럽은 평소보다 한 클럽 크게
일반적으로 차가운 공기는 뜨거운 공기보다 밀도가 높아 평소보다 비거리가 덜 나올 수가 있다. 골프공 역시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비거리 손해가 생긴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겨울에는 비거리가 짧아질 수 있으니 한 클럽씩 길게 치는 걸 추천한다.

3. 컬러볼 필수
눈 위로 공이 떨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흰 공 사용은 최대한 지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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