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런 강력수사 오랜만"…KH·수노아파에 100명 투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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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와 KH그룹의 ‘알펜시아 입찰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최근 KH그룹 관계사와 최 전 지사의 주거지, 강원도지사 집무실 등 22곳을 압수수색 하면서 100여명의 수사관을 투입했다. 강력부 소속 수사관 50여명을 포함해 반부패수사부가 있는 중앙지검 4차장 산하 수사관,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소속 수사관 30~40여명까지 동원됐다.

지난 10월에도 강력부는 전국 10대 폭력조직인 수노아파의 서울 합숙소를 압수수색하면서 50여명의 수사관을 투입했다. 2020년 10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수노아파 조직원들이 KH그룹 배상윤 회장에게 “60억원을 내놓으라”며 고객들을 위협한 사건을 수사할 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수노아파 행동대원 A씨를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직접수사 축소에 위축됐던 강력수사

지난해 10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연합뉴스.

지난해 10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선 “강력 수사에 이렇게 대규모의 인력이 투입되는 걸 오랜만에 본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기조 하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강력 범죄의 범위가 줄어들었던 탓이다. 통상 검찰에서 강력 수사란 마약과 조폭 수사를 아우르지만, 2021년 시행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검찰은 마약 사건 중에서도 수출입에 관한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었다.

제도의 변화가 조직 변화로 이어졌다. 과거 대검은 조폭 수사를 지휘하는 강력부와 반부패부(옛 특수부)에 각각 1명의 검사장을 뒀지만, 2018년 강력부를 반부패부에 사실상 편입시켜 반부패강력부가 됐다. 2020년엔 조폭을 전담해 관리·수사하던 대검 조직범죄과와 마약과도 통폐합됐다. 그 결과, 검·경이 조폭범죄와 관련해 형사처벌한 인원은 지난해 676명으로 2017년(2293명)의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검수원복’에 배상윤·남양마약 수사 나서

강력부 활성화에 시동을 건 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지난 8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도대체 왜 깡패와 마약 수사를 이렇게 기를 쓰고 못해야 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검수완박에 따른) 마약과 깡패수사에 대한 공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9월 문제의 수사개시규정을 개정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2대 범죄(부패·경제)로 제한하는 검찰청법을 손댈 수는 없었지만 법무부는 2대 범죄를 폭넓게 해석하는 시행령으로 경계를 허문 것이다. 강력수사와 관련해선 기존 마약류 수출입범죄 외 유통범죄를 추가했고, 폭력조직·기업형조폭·보이스피싱 등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중앙지검 강력부는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마약류를 유통한 남양유업 일가 홍모씨(40)를 비롯해 범 효성가 3세 조모씨(39) 등 9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이 당시 성범죄 혐의로 송치한 피의자 김모씨(39)가 집에서 대마를 재배했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파고들어 유통망을 알아낸 결과였다.

 檢, “강력수사 위축, 조폭범죄 키웠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KH그룹과 최문순 전 강원지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27일 오전 강원도개발공사와 서울 강남구 KH그룹 본사 및 관계사 사무실 등 20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은 KH그룹이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과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자본 M&A가 이뤄진 의혹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27일 압수수색 중인 서울 강남구 KH그룹의 모습. 2022.12.27/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KH그룹과 최문순 전 강원지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27일 오전 강원도개발공사와 서울 강남구 KH그룹 본사 및 관계사 사무실 등 20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은 KH그룹이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과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자본 M&A가 이뤄진 의혹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27일 압수수색 중인 서울 강남구 KH그룹의 모습. 2022.12.27/뉴스1

강력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의지만 보여줘도 두 번 일어날 범죄가 한 번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데, 그간 강력 수사가 느슨해지면서 조폭들이 덩치를 키운 정황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수노아파의 경우 당초 조직 규모가 80여명이었으나 현재는 140여명까지 세력이 커졌다고 한다. 기업형 범죄 무대로 진출하는 조폭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사채업자를 끼고 다른 기업의 주식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인수하는 ‘무자본 인수·합병(M&A)’은 오히려 전형적”이라며 “최근에는 회삿돈을 빼돌려 껍데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전환사채(CB)를 대거 발행해 계열사 등에서 세탁하는 식으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과 KH그룹 사건이 조폭들의 기업형 범죄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전북 전주 나이트파, 배상윤 KH회장은 전남 영광 일대 난초파, 신영광파 등과 연루된 전력이 있다. 두 사람은 2010년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최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KH그룹은 2016~2022년 약 7800억원이 넘는 CB를 발행해 6000억원에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사들인 데 이어 7115억원에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과정이 표면적으론 불법이 아니지만 CB 발행을 통한 주가 부양 등이 전형적으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특히 계열사 주식이 폭락하는 등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폭력·갈취 등 범죄에 강점이 있긴 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검찰이 견제 시그널을 줘야 한다. 수노아파의 경우 교과서에만 남도록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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