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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실험실서 코로나 유출" 외면받은 음모론, 외신 주목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MIT·하버드 브로드 연구소 소속 앨리나 챈 박사를 주목하는 기사를 냈다. [텔레그래프 캡쳐]

27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MIT·하버드 브로드 연구소 소속 앨리나 챈 박사를 주목하는 기사를 냈다. [텔레그래프 캡쳐]

전 세계를 뒤흔들 새로운 발견인가, 근거 없는 음모론인가. 싱가포르 출신의 유전자·세포 공학 전문가 앨리나 챈(34) 박사를 둘러싼 질문이다. 3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뒤 많은 학자가 바이러스의 기원을 두고 논쟁을 벌인 가운데, “중국 우한(武漢)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주장해온 MIT·하버드 브로드 연구소 챈 박사의 목소리에 외신이 주목하고 있다. 주류로 여겨진 ‘야생동물 기원설’에 의문을 제기했던 그가 옳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8일 우한에서 첫 발견됐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2023년 주목할 인물을 소개하면서 과학 분야에선 챈 박사를 지목했다. 텔래그래프는 “챈 박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내년엔 확실히 알게 될 것”이라며 “가장 치명적인 스캔들을 발견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챈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시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최초의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텔레그래프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앨리나 챈 박사의 주장과 그 여파를 실은 지난해 뉴욕타임스(NYT) 기사. [NYT 캡쳐]

앨리나 챈 박사의 주장과 그 여파를 실은 지난해 뉴욕타임스(NYT) 기사. [NYT 캡쳐]

챈 박사의 의심은 코로나19 유행 초인 2020년에 시작됐다. 그는 코로나19의 변이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지난해 4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챈 박사는 “(바이러스의) 본격 확산 전부터 이미 인간 사이에서 퍼지기 좋은 형태로 ‘사전 적응’된 것 같아 의아했다”고 말했다. 또 수년간 조사를 했음에도 우한 수산시장의 어떤 동물로부터 전염이 시작됐는지 정확히 밝히지 못한 점도 들었다.

지난해 챈 박사는 과학 작가 맷 리들리와 함께 책 『바이러스: 코로나19의 기원을 찾아서』를 펴냈다. 그는 책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들어가 수개월 동안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변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예컨대 실험실에서 연구가 이뤄지는 동안 인간의 몸에 들어간 바이러스가 자체적으로 적응했고, 이후 우연히 새어나갔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험실 유출설에 대한 가장 그럴듯하고 포괄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앨리나 챈 박사가 펴낸 책 「바이러스: 코로나19의 기원을 찾아서」. [앨리나 챈 트위터 캡쳐]

지난해 앨리나 챈 박사가 펴낸 책 「바이러스: 코로나19의 기원을 찾아서」. [앨리나 챈 트위터 캡쳐]

하지만 과학계에서 그의 주장은 외면받았다. NYT는 지난해 10월 챈의 의지를 칭찬하면서도 “많은 고위 바이러스학자들은 전문성 없는 주장으로 본다”며 “중국을 소외시켜 조사를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코로나19 연구소의 수잔 바이스는 “분명히 박쥐로부터 나온 동물원성 감염”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중국 관영 매체는 챈에게 혹독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챈이 화교 인구가 많은 싱가포르 국적인 점을 들어 ‘인종 배신자’라고 낙인 찍었다. NYT는 중국 매체를 인용해 “기본적인 학문적 윤리가 결여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챈은 “극도로 불안해 잠을 못 자는 나날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AP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AP

챈 박사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싱가포르 국적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직후 싱가포르로 건너간 그는 10대 때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대유행을 겪었다. 이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생화학과 분자 생물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후 브로드 연구소에 합류했다.

챈은 NYT에 ‘자연 경로설’과 ‘실험실 유출설’ 사이에서 50대 50의 비율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를 둘러싼 연구의 문제점을 은폐하는 과학자 등을 고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책으로 번 수입을 모두 코로나19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며 “오랫동안 지속할 완전한 기록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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