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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뒤집은 IRA 반전 "물가 아닌 테슬라 잡아…바이든 최악 실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늘고 있다. 불만은 해외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IRA 제정의 명분으로 내세운 ‘물가 안정과 자국 산업 육성’이 기대만큼 신통치 않은 탓이 크다.

“IRA의 물가억제 효과 ‘0’”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플레이션 감축’이란 이름이 말해주듯 IRA 제정의 가장 큰 취지는 물가 잡기다. 올해 초 극심해진 미국 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공급망 대란이기에 IRA를 통해 산업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해 고물가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와 미 민주당의 생각이다.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는 내용 등이 IRA에 담긴 이유다.

하지만 지난 8월 IRA가 통과됐음에도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 물가는 여전히 높다. 지난 6월 9.1%의 상승률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월 7.1%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을 뿐이다. 이에 미국 내에서 IRA의 물가안정 효과에 대한 회의가 나오고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은 예산모델(PWBM) 분석을 통해 “IRA가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제로(0)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마크 티센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와튼스쿨 분석을 인용하며 “IRA는 올해 바이든 대통령 최악의 실책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IRA에 발목 잡힌 테슬라  

지난 2월 아이슬란드 호픈에 설치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장비.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아이슬란드 호픈에 설치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장비.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IRA를 통해 자국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조금 혜택으로 전기차 등 미래 산업 부문에서 미국 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인 미국 기업 테슬라가 IRA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터닷컴은 “테슬라의 주요 시장은 미국과 해외 두 곳”이라며 “미국에선 IRA 세액공제 혜택으로 수요를 늘릴 수 있겠지만, 해외 시장에선 IRA에 반발한 중국과 유럽 등이 보조금을 폐지함에 따라 수요가 둔화해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국 전기차 기업 육성을 위한 IRA가 업계 1위 테슬라의 발목을 잡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IRA가 테슬라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이 법이 전기차를 빠르게 일반화시켜 테슬라가 더는 특별해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테슬라가 시장을 독점하는 세상이 올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했다. 테슬라로선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 우려로 세계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IRA란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지난 28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112.71달러로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가(407.36 달러)와 비교하면 약 70% 폭락한 상태다.

“IRA에 반발하는 동맹들…미국에 리스크”

지난 2020년 독일 즈위카우 지역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전기차 조립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0년 독일 즈위카우 지역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전기차 조립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IRA 통과 이후 가장 큰 불만을 보인 건 바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IRA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자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EU는 IRA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유럽판 IRA법 제정에 나설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 중이다. 한국과 일본도 자국산 전기차에 IRA 적용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라고 여겨지는 영국마저도 최근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2일 케미 베이드녹 영국 국제무역장관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에 “IRA는 영국에 기반을 둔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 등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과정에서 동맹의 협력이 절실한 미국에 IRA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P는 “IRA로 미국의 오랜 동맹인 유럽·한국·일본 등이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통일된 대응을 유지해야 할 필요를 감안하면 유럽 등과의 장기 무역갈등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RA로 덕 본 건 결국 바이든뿐? 

일각에선 IRA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이는 바이든 대통령뿐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서명하며 지지층을 결속시킨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간선거 이전까지 지지율 하락으로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던 바이든으로선 IRA가 반전의 불씨를 만든 계기였던 셈이다.

바이든은 이를 바탕으로 재선 도전에도 나설 생각이다. 그는 최근 야후뉴스에 IRA 성과를 언급하며 “내가 대통령이 된 건 중산층을 재건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란 내용의 기고문을 보냈다. 이를 두고 NBC뉴스는 “바이든은 재선 출마의 모멘텀을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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